[나고야 3박 4일] 3일차 - 기린 맥주 공장 견학 (2023.12.01)
이건 외국인 전용 패스라서 나고야시 교통국의 일본어판 페이지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SHORYUDO Nagoya Subway & Bus 1-Day Ticket'이란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구입 시 단기 체류인 것을 증명하기 위해 외국 여권이 필요하다. 지하철은 지나지 않는 시내 곳곳까지 버스가 찔러주기 때문에 이거 한 장이면 나고야 시내에서의 교통은 완벽하게 해결된다.
개찰구나 버스의 카드 투입기로 사용을 개시하는 방식이라 미리 사 둬도 상관없고, 투입하고 나면 뒷면에 유효 기간이 찍혀 나온다. 지하철의 경우에는 사용 개시 이후에도 일반 티켓처럼 개찰구에 통과시켜서 이용하면 되고, 버스는 사용 개시 이후에는 버스 기사한테 유효 기간이 찍힌 면을 보여주고 승차하면 된다.
나고야시 교통국에서 운영하는 버스는 앞문으로 승차하고 뒷문으로 하차하는데, 단일 요금제(210엔)이기 때문에 승차할 때 요금을 내고 내릴 때는 그냥 내리는 방식이다. IC 카드의 경우에는 승차 시에만 찍으면 되며, 패스 이용자는 앞서 설명했듯이 버스 기사에게 유효 기간이 표시된 면을 보여주고 승차하면 된다.
12월 1일 금요일 아침.
개봉일이라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른 시간대인데도 사람이 꽉 차 있었다.
드라마 CD와 사운드트랙이 포함된 호화판 팸플릿 - 2,800엔
아크릴 마스코트 - 1,200엔
마우스 패드 - 1,230엔
영화 값 3배는 되는 씹덕 굿즈는 역시 돈이 된다.
영화 특전임에도 불구하고 40p나 되는 소설을 준다.
앞 선 두 번의 극장판에서도 첫 주차에는 소설을 줬는데, 그때는 1주차에 못 가서 못 받았다.
그렇게 극장을 다녀오고서는 점심으로 미소카츠를 먹기로 했다.
나고야에서는 아카미소(赤味噌)가 여기저기 쓰이면서 약간 만능 조미료 같은 이미지가 있는데, 이와 맞물려서 '나고야 메시'라는 타 지역과는 차별점을 보이는 독특한 식문화가 발달한 편이다. 그중에서도 미소카츠는 나고야 메시를 대표하는 음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일본에서는 대두와 쌀을 짧은 숙성 기간을 거쳐 빚은 시로미소(白味噌)가 대중적인데, 나고야에서는 특이하게도 대두가 메인이고 숙성 기간을 길게 가져가는 아카미소(赤味噌)가 메인이다. 사실상 콩만으로 빚는 건 일본 전국에서 나고야랑 그 주변뿐이다. 아무튼 나고야의 아카미소(핫쵸미소)는 한국처럼 메주를 빚어다 소금물에 발효를 시켜서 만드는지라 일반적인 미소와 맛이 상당히 다른편인데, 일반적인 미소는 끓이면 끓일수록 텁텁한 맛이 나와서 먹을 게 못 되는 반면 나고야의 아카미소는 가열하면 가열할수록 진한 맛이 우러나온다. 그 덕분에 여기저기 조미료로 써 먹기가 용이한 편이다.
야바톤은 제법 규모가 큰 도시에 가면 그래도 지점이 한두 군데는 있다 보니, 이번에는 나고야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곳으로 왔다.
나고야 메시 제4탄.
미소카츠는 먹다 보면 약간 짜장의 풍미도 나는데, 아카미소의 완성품 자체가 한국의 재래식 된장과는 맛에서 차이가 많이 나기는 하지만 일단 똑같이 메주콩으로 빚어서 만들다 보니 이걸 볶거나 하는 조리 과정을 거치면서 약간 짜장과 비슷한 풍미가 나게 되는 것 같다. 간장을 태우듯이 볶아 주면 짜장 풍미가 나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 생각이 든다.
마찬가지로 미소카츠로 유명한 야바톤과 맛으로 비교를 하자면, 이쪽은 좀 더 마일드함과 단맛에 초첨이 맞춰져 있고 야바톤은 자극적이고 짠맛이 두드러진다는 느낌이다. 물론 맛의 방향성이 그렇다는 것이고, 기본적으로 맛 자체는 둘 다 꽤 짙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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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파치(とん八)
맛 : ★★★★ (좋음)
CP : ★★★★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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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 : Cost Performance
Tonpachi · 3 Chome-17-15 Chiyoda, Naka Ward, Nagoya, Aichi 460-0012 일본
★★★★☆ · 돈까스 전문식당
www.google.com
동선이 좀 이상하지만, 아무튼 점심을 먹고서 다시 나고야역으로 향했다.
지난번에는 나고야역에 붙어 있는 JR 게이트타워 9~10층에 입점한 빅카메라에 갔었는데, 이번에는 나고야역에서 서쪽으로 100m 가량 떨어져 있는 빅카메라 나고야역 서부점으로 왔다.
당시 빅카메라 일부 지점에서 영화 관람권을 제시하면 포스트 카드를 증정하는 이벤트가 있었다.
나고야의 경우에는 JR 게이트타워점이랑 나고야역 서부점 둘 다 대상 점포였다.
역을 사이에 두고 제법 큰 규모의 똑같은 빅카메라 매장이 있어서 굉장히 특이한 사례라, 매장 내에서도 이런 식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포스트 카드를 받아가는 김에 이쪽 등신대 패널도 한 컷.
나고야역에서 JR을 이용해서 비야지마역에서 내렸다.
비야지마역에서 기린 나고야 공장까지 무료 셔틀을 운영하는데, 그냥 걸어가면 한 20~25분 정도 걸리니까 그냥 편하게 여기서 셔틀을 이용하는 게 좋다.
기린 맥주 공장은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가야 한다.
대충 10분도 안 걸려서 공장에 도착.
티켓은 자동 발매기를 통해 뽑을 수 있고, 현금과 카드 둘 다 쓸 수 있다.
공장에 도착하면 티켓을 뽑도록 안내하고, 남은 시간까지 여기에 앉아서 대기한다.
대기하는 시간 동안 이런 데서 사진도 찍으면서 보내면 된다.
우측의 기린 맥주 캔 사진 중 하나가 실제 앉을 수 있는 의자 부분으로 돼 있는데, 저기 앉아서 찍으면 마치 사진 속 맥주 캔 위에 앉아서 사진을 찍는 것 같은 모습이 연출된다.
어느 공장을 견학하든 초반부에 항상 나오는 맥아와 홉 체험.
홉을 갈아넣은지 오래된 건지 홉 향이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않았는데, 뭐 아무튼 결과물이 괜찮을 걸 보면 홉도 좋은 걸 쓰겠거니 싶다.
기린 공장에서만 특별히 진행하는 체험이라고 소개하던데, 맥즙 비교 시음 코너다.
맥주를 만들 때는 맥아에 뜨거운 물을 섞어서 맥아의 당분을 뽑아내는데, 이때 한 차례 정도 더 남은 맥아에 물을 타서 즙을 뽑아내곤 한다. 근데 이치방시보리는 진한 맛을 위해 딱 한 차례만 뽑아낸다는 걸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고, 이치방시보리가 아닌 다른 라인업(기린 라거, 브라우 마이스터 등)에서는 2차로 뽑아낸 맥즙을 블렌딩해서 쓴다고 한다.
뭐 사실은 적정한 도수를 맞추기 위해 추가적으로 물이 쓰이기 마련이라, 연한 걸 섞든 안 섞든 실제로는 큰 차이는 없을 듯하다.
왼쪽이 최초로 뽑아낸 맥즙이고, 오른쪽이 남은 것에 한 번 더 물을 타서 뽑아낸 것이다.
색의 차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맛의 차이는 확연하다. 왼쪽은 설탕을 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한 단맛이 느껴지고, 오른쪽은 보리의 풍미는 나지만 단맛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건물 밖으로 보이는 게 숙성 탱크라고 한다.
이 외에도 마치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든 듯한 터치 패널 코너도 있었고, 간단한 맥주 역사나 기린 역사 등도 전시돼 있었다.
석판으로 인쇄했다는 1903년의 기린 광고.
아쉽게도 패키징 라인은 이날 가동하지 않았다.
시음 코너로 가는 도중에 보인 기념품 매장.
나중에 여기서 과자 안주랑 치즈 두 종류를 사 갔다.
맥주를 맛있게 따르는 전문가들이 시원한 맥주를 따라준다.
사진을 찍기도 전에 무의식적으로 반을 단숨에 들이켰다.
각각 '이치방시보리 / 이치방시보리 프리미엄 / 쿠로나마'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산뜻한 향의 이치방시보리 프리미엄이 제일 나았다.
개인적으로는 기린의 맥주 중에서는 '브라우 마이스터'라고 음식점에만 납품되는 제품이 가장 맛있었는데, 그쪽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치방시보리(1차 맥즙)와 니방시보리(2차 맥즙)을 블렌딩한 제품이라고 한다. 역시 무조건 당분이 높은 맥즙만 갖고 만든다고 능사는 아닌 듯하고, 어떻게 블렌딩해서 어떻게 숙성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긴 하다.
질문 시간이 있었을 때 '브라우 마이스터' 제품을 가장 맛있게 마셨기에 혹시 이 제품군도 이치방시보리 공법으로 만든 게 아닐까 싶어서 질문했는데, 안내하던 직원도 그 부분은 잘 몰랐는지 윗선에 물어보고 위처럼 1, 2차 맥즙을 블렌딩해서 만든다고 답변해 줬다. 견학 내내 이치방시보리 공법의 우수함에 대해 설명했었는데, 본의 아니게 이치방시보리를 디스해 버린 듯한 기분이어서 살짝 머쓱하긴 했다.
치즈는 괜히 공항에서 시비가 걸릴까 싶어서 숙소에서 다 먹었다.
그렇게 다시 셔틀을 타고 비야지마역으로.
전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다시 또 이동.
그렇게 17시 15분 무렵에 '고독한 미식가'에서도 나온 적이 있는 타이완 라멘집에 도착했다.
원래는 미센(味仙)에 갈까 싶었는데, 일본인들 리뷰를 읽다 보니 평판이 제법 많이 갈려서 어떡할까 고민하다가 이번에는 패스했지만, 언젠가는 미센 쪽도 가 봐야지 싶다.
가격들은 대체로 합리적이다.
이곳의 타이완 라멘은 총 5단계로 맵기 조절이 가능한데, 한국 사람이라면 그냥 무조건 3단계인 쵸이카라(ちょい辛)부터 고르를 것을 권한다.
나고야의 매운맛은 한국 사람한테도 먹히는 수준이라는 글을 많이 봐서 맵찔이인 나는 겁쟁이처럼 노멀(2단계)을 골랐는데 그냥 안성탕면 수준으로 하나도 안 매웠다. 이 정도면 다음에는 츄카라(中辛)로 주문할 듯하다.
나고야 메시 제5탄.
확실히 지금까지 먹어 온 그 어떤 라멘하고도 제법 다른 편이다. 마늘과 후추의 알싸한 맛도 느껴지고 고추랑 각종 향채 그리고 약간의 향신료가 들어간 중화풍의 요리구나 하는 느낌을 확실히 들지만, 그게 거북할 정도는 아니고 한국 사람들도 맛있게 먹을 만한 딱 좋은 정도였다.
갖은 재료를 넣어 부친 계란을 밥 위에 얹고, 그 위에 걸쭉한 앙카케를 부어서 만드는 음식이다.
역시 칸사이와 가까운 지역이라 그런지 텐신항의 앙카케도 짭짤한 계열인데, 개인적으로는 역시 텐신항은 짭짤한 쪽이 더 좋은지라 맛있게 먹었다.
처음에는 양이 좀 많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워낙 맛있었기에 싹싹 비웠다.
이 집은 다른 메뉴들도 전부 평타 이상은 치지 않을까 싶다.
지하철 패스만으로는 가기 불편한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글의 첫 부분에 언급한 쇼류도 버스 지하철 1일권이나 주말이나 공휴일에 지하철 역에서 '도니치 에코 티켓(4일차에 설명할 예정)'을 뽑아서 버스로 다녀오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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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라멘 코요(台湾ラーメン 光陽)
맛 : ★★★★ (좋음)
CP : ★★★★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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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라멘 코우요 · 3 Chome-139 Hira, Nishi Ward, Nagoya, Aichi 452-0802 일본
★★★★☆ · 일본라면 전문식당
www.google.com
11월 30일과 12월 1일에 사 모은 영화 표, 블루레이, 굿즈와 그 특전들.
낮에 공장에서 사 온 치즈 2종.
짭짤하니 맥주가 술술 잘 넘어간다.
저녁을 이른 시간에 먹었기 때문에 전날에 사 온 막과자도 이것저것 까 먹었다.
전날 좀 흔들렸을 거라 냉장고에 차갑게 뒀는데도 구슬을 떨어뜨리니 거품이 막 올라와서 흘러넘쳤다.
라무네는 페트병이나 유리병처럼 뚜껑을 조금씩 열면서 탄산을 뺄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넘치지 않을까.
에어 프라이어에 돌리면 진짜 본격적인 튀김 느낌이 나겠다 싶었던 막과자.
이거보다는 아까 위에서 먹은 프라이드 치킨 맛이 더 나은 것 같다.
막과자라고 생각하면 납득할 맛이지만, 요새는 편의점 제품들도 워낙 잘 나와서 별로 메리트는 없는 듯하다.
약간 좀 비틀즈라는 사탕의 코팅 안쪽 면의 식감하고 비슷한데, 이름 그대로 인공 체리 향이 난다.
우마이봉 치즈 맛과 타코야키 맛을 동시에 먹으면 치즈 타코야키를 느낄 수 있다고 하던데, 명백한 거짓이다.
막과자 가게에서 파는 80엔짜리 컵라멘.
이것도 최근의 물가 상승 때문에 가격이 오른 거고, 몇 년 전만 해도 60엔인 모양이었다.
한입거리의 적은 양이었지만, 옛날 어린이들에겐 고가의 막과자 상품이었을 터.
색은 좀 흐리멍텅해도 제법 먹을 만하다.
배불러서 사진만 찍고 집으로 가져갔던 베이비 스타 라멘.
그냥 단독으로 먹기엔 좀 짠 편이라 음료수를 부르는 과자다.
마찬가지로 집에 가서 먹었던 우마이봉.
콘포타주 맛은 언제나 옳다.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역시 여행을 오면 시간이 금방금방 지나간다.
로또 1등이나 되어서 원 없이 여행이나 다니면서 살고 싶어졌던 밤이었다.
나고야 3박 4일 (2023.11.29 ~ 202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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