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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량기념물/잡담

JPT 955점 및 JLPT N1 만점 후기

by 불량기념물 2024. 10. 22.

2022년 12월 JLPT N1 시험 합격 증명서

 

2024년 9월 28일 JPT 시험 결과

 

요 근래 취미로 익힌 일본어가 과연 시험에서도 통할까 싶은 생각에 한번 해 보기나 하자는 생각으로 JLPT N1과 JPT를 각각 응시해 보았다.

JPT는 유효 기간도 2년밖에 안 되고 딱히 일본에서 인정되는 시험도 아니라서 그간 관심이 없긴 했는데, 그래도 뭐 국내 한정으로는 여기저기서 참고하기도 하고 JLPT보다 어렵다는 인식이 많아서 쳐 보기나 해 보자는 생각으로 접수했다.

 

1. JLPT N1의 특징

크게 청해, 언어 지식, 독해로 구성되어 있다.

청해는 방송에서 나오는 문제를 듣고 푸는 듣기 영역이고, 언어 지식과 독해는 읽고 푸는 읽기 영역이다.

청해 같은 경우는 호흡도 긴 편이고 제법 친절한 편이라, 사전에 시험에 관한 지식이 없더라도 크게 당황할 만한 부분이 없다. 뭣보다도 앞서 말했듯이 청해는 호흡이 긴 편이라, 중간에 잠깐 집중력이 떨어져도 문제 사이에 잠시 가다듬으면 충분히 리듬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언어 지식 파트에서는 주로 문법과 어휘를 다루며, 때로는 한자를 어떻게 읽는지 아니면 주어진 히라가나를 한자로 어떻게 표기하는지 묻는 문제도 있는데 부수가 약간 다르거나 하는 등의 미묘한 차이가 있는 비슷한 한자로 혼동을 주는 문제도 빈출되는 듯하다. 문법과 어휘도 N1답게 일본어를 오래 써 오지 않았거나 깊이 공부하지 않았다면 생소할 법한 것들도 종종 나오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독해는 생각보다 문제 수준이 조금 높다. 단순히 읽을 수 있느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글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문해력도 동시에 평가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라 빠르게 내용을 읽기보다는 정확하게 이해하고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험 시간은 합계 170분이 주어지기 때문에 여유롭다. 몰라서 틀리는 건 있을지라도, 시간에 쫓겨서 실수하거나 시간이 모자라서 풀지 못하는 일은 없을 듯하다.

 

2. JPT의 특징

토익과 비슷하게 8가지 파트로 나뉘어 있으며, 파트1~4는 LC(듣기)고 파트5~8은 RC(읽기)다. 문제 유형도 옛날 토익하고 많이 유사한데, 문제 수도 토익과 마찬가지로 200문제로 상당히 많다.

청해에 주어지는 시간은 단 45분인데, 100문제가 할당되어 있어서 호흡이 굉장히 짧다. 이 때문에 45분 내내 높은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시험 시간에 비해 피곤한 편이다. 나 같은 경우도 중간에 잠깐 집중력이 떨어진 사이에 뒷부분에 반전을 주는 함정 문제에 낚여서 2문제 틀린 모양이다.

거기에 파트3~4는 청독해라 불러도 될 만한 유형인데, 문제지에 적힌 문제와 보기를 독해하는 동시에 방송으로 흘러나오는 문제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일본어에 익숙하지 않으면 여러모로 고전할 만한 파트일 듯하다.

파트5~8은 RC인데, 전반적인 난이도는 N1에 한참 못 미친다. N3~N4급의 기초적인 문제들도 제법 출제되고, 어려운 문제라 하더라도 N1에서 동일한 역할을 하는 문제보다는 쉽다.

특히 파트8인 독해는 N1과 정말 큰 차이를 보인다. 지문 자체도 N1의 지문보다 짧은 편인 데다 굉장히 직관적이고 일상적인 글의 비중이 높다. 거기에 달린 문제에서도 직설적으로 물으며 지문의 내용을 그대로 묻기 때문에 똑바로 읽기만 했다면 틀릴 일이 없는 단순한 문제로만 구성이 되어 있다. 틀린다면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RC는 100문제에 50분이 주어져서 굉장히 짧은 것 같지만, 이중 70문제가 거의 단문이나 마찬가지라서 한 문제에 15초~20초 정도면 충분히 푼다. 그래서 파트8은 한 문제에 1분 정도는 확보할 수 있고, 보통은 한 지문에 3문제 정도로 묶여 있기 때문에 평소 일본어를 자주 읽었다는 전제 하에 당황하지만 않으면 제시간 안에 풀 수 있다.

근데 JPT는 토익과 다르게 수험자가 상향 평준화가 되어 있으면서도 수험자 수는 굉장히 적기 때문에 각 문제의 배점이 굉장히 큰 편이다. 한 문제라도 틀리는 순간 만점은 절대로 받을 수 없는 구조고, 내 경우에도 RC에서 한 문제(10점), LC에서 두 문제(25점)로 총 세 문제를 틀렸다고 추정하고 있다. 3~4문제를 틀려도 만점이 나오는 토익과는 전혀 다르다.

 

3. JLPT와 JPT의 비교

단적으로 말하자면, JLPT는 일본어를 얼마나 깊이 알고 있는지 성취도를 측정하는 시험이고 JPT는 얼마나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실수를 하지 않는가를 따지는 경쟁성 시험 같다.

단순히 어학 성취도를 측정하기에는 JLPT가 낫지 않을까 싶다.

 

4. 개인적인 일본어 학습 방법

미리 말해 두지만, 굉장히 비효율적이다.

효율을 생각한다면 그냥 수험서나 학원의 힘을 빌리는 게 빠르면서도 저렴한 길이다. 이걸 따라하는 건 절대로 추천하지 않고, 그냥 오타쿠로 살다 보면 이렇게도 된다는 의미에서 적는다.

개인적으로는 애니메이션 시청, 만화나 라노베 등의 원서 읽기, 미연시 플레이, 번역 등이 도움이 됐다.

 

애니메이션(자막 시청)

장점 : 전문 성우들의 정확한 발음 덕분에 청해 공부에 유리하다.

단점 : 아마추어 자막의 경우엔 오역의 가능성이 있고, 전문 번역의 경우에는 로컬라이징이나 의역 과정에서 원문의 단어 하나하나가 갖는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만화

장점 : 후리가나가 달려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읽기 쉽다.

단점 : 구어체 중심의 학습이 되기 때문에 문어체가 많이 쓰이는 독해에는 다소 취약하다.

 

라노베

장점 : 구어체와 문어체를 동시에 학습할 수 있다.

단점 : 후리가나가 만화보다 적은 편이며, 초심자라면 도저히 읽는 속도가 나지 않아 지루할 것이다.

 

미연시

장점 : 화면에 표시된 텍스트를 전문 성우가 그대로 읽어주기 때문에 읽기가 빠르게 향상된다.

단점 : 성우가 읽어주는 건 대체로 캐릭터 대사라서 구어체 중심의 학습이 된다.

 

번역

장점 : 위의 방법들보다 훨씬 큰 폭으로 실력이 상승한다.

단점 : 시간을 엄청나게 잡아먹는다.

 

고등학교 때 제2 외국어로 일본어를 고른 거랑 대학에서 교양으로 초급/중급 일본어를 수강한 것 외엔 정식으로 일본어를 공부한 적은 없고, 그냥 15년 넘게 오타쿠 취미를 이어 오면서 익힌 일본어로 얻은 결과들이다.

 

 

 

요새 블로그도 잘 안 건드리고 그나마 쓰던 여행기도 쓰다가 멈췄는데, 일단은 작년 12월에 나고야에 가서 청춘돼지 극장판도 보고 왔고 올해 6월에는 도쿄에 가서 클라나드와 길모퉁이 마족 무대 탐방도 하고 왔다.

이쪽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다시 마저 쓰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