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타에서 토야마까지 직선으로 안 가고 이상하게 우회한다 싶지만, 직선으로 가는 특급 열차나 우회해서 가는 신칸센이나 걸리는 시간이 비슷하다.
출발하는 시간대에 따라 신칸센이 빠르냐 특급 열차가 빠르냐 갈릴 정도라, 이왕이면 뽕을 더 뽑는 신칸센 노선을 이용하기로 했다.
전날까지 날씨를 비롯해서 여러모로 억까를 너무 심하게 당한 터라 피곤했던 터라, 이날 아침에 폰슈칸을 들렀다.
아침부터 술이나 마시려는 개수작
제1의 목적지는 매장 안쪽의 시음 코너.
500엔을 내면 코인 5개를 주는데, 이 코인으로 마음에 드는 걸 한 잔씩 마실 수 있다.
코인 1개짜리를 5잔 마셔도 되고, 코인 2~3개짜리로 2잔을 채워도 된다.
가장 먼저 고른 것은 '카야마 준마이 긴죠(嘉山 純米吟醸)'.
사케를 만들기 위해 재배되는 코시탄레이(越淡麗)라는 품종을 사용했다.
준마이(純米)는 쌀만으로 빚은 사케를, 긴죠(吟醸)는 정미도가 60% 이하(쌀을 40% 이상 깎아낸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먹는 백미가 8~10% 가량 깎아낸 쌀이니 술을 빚을 때는 굉장히 사치스럽다는 걸 알 수 있다.
아무튼 설명에 적혀 있는 대로 상쾌한 배 향과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단맛이 특징으로, 17도라는 도수에 비해 굉장히 술술 넘어가는 편이다. 뭔가 어울리는 안주는 바로 떠오르는 게 없었고, 이거 단독으로 가장 좋지 않을까 싶었다.
그 다음으로 고른 것은 '카가노이 준마이 긴죠(加賀の井 純米吟醸)'.
이곳에서 기준이 되는 술이라서 그 어떤 술을 마실 때도 이것과 비교하면 명확하게 특징이 느껴진다고 한다.
확실히 처음에 마신 건 직관적으로 단맛이 느껴졌지만, 이쪽은 달지도 쓰지도 않고 딱 중간이었다.
향 자체도 쌀의 구수한 풍미가 은은하게 느껴지지만, 그 외엔 특별한 향이 없는 굉장히 깔끔한 사케.
이거라면 해산물이나 기름기가 적은 담백한 음식들과 굉장히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시음한 건, '타이요자카리 준마이긴죠(大洋盛 純米吟醸)'.
설명에 그려진 쌀알처럼 첫맛은 쌀로 만든 술이구나 하는 직관적인 느낌이 딱 들면서도 산뜻한 향이 난다. 설명에는 감귤 계열이라 적혀 있어서 시트러스 계열인가 싶지만, 설명을 모르고 마셨을 때는 단번에 시트러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짙은 향은 아니다. 그냥 딱 '산뜻하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
개인적으로는 향도 산뜻하면서 쌀의 단맛과 구수함, 적당한 쓴맛까지 고루 느낄 수 있는 좋은 술이라 생각했다.
여기서 좀 사이즈가 작은 게 있으면 하나 사 갈까 싶었는데, 하나같이 1L가 넘는 술들이라 결국 고심 끝에 포기했다. 기내용 캐리어를 가져왔는데 거기에 노트북이니 옷이니 이런 것만 해도 이미 꽉꽉 차서 1L의 술을 넣을 만한 공간도 없었고, 그렇다고 배낭에 넣고 다니면서 홀짝거리기에도 워낙에 빡센 일정이었고.
만약에 일정 막바지였거나 니가타에만 따로 들르는 일정이었다면 마지막으로 마신 걸 한 병 사 갔을 듯하다.
그렇게 아침부터 술을 홀짝거리다가 점심을 먹으러 이동했다.
메뉴는 니가타라 하면 역시 빠질 수 없는 타레카츠.
무난한 절임 반찬들.
타레카츠 세 장짜리의 카츠동 + 양배추 + 톤지루 + 절임 반찬의 구성.
맛은 엄청나게 특별하고 그렇진 않고, 달달한 소스가 발라진 카츠동. 톤지루도 딱 기본에 충실한 맛이었다.
카츠는 일본에서 유행하는 두툼한 고기가 아니라, 망치질을 해서 얇게 편 다음 튀겨 낸 경양식에 가까운 스타일이다. 하지만 양념과의 궁합을 생각하면 두툼한 쪽보다는 이쪽이 더 맛이 잘 배서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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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카츠 마사 쨩 니가타역앞점 (とんかつ政ちゃん 新潟駅前店)
맛 : ★★★★ (좋음)
CP : ★★★★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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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 : Cost Performance
점심도 맛나게 먹었고, 산책이나 해야지 싶어서 근처 공원으로 이동했다.
하쿠산 공원에 오니 시민 마라톤 같은 걸 하고 있었다.
사람도 바글바글하고 푸드트럭도 잔뜩 와서 장사하고 있었다.
산책 도중에 들리던 익숙한 노래인 지지 말아요(負けないで).
세상에 나온 지 30년은 된 곡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응원가로 자주 쓰이는 곡 중 하나다.
하쿠산 신사 앞의 연못에는 연꽃이 빽빽하게 자라 있다.
이때는 당연히 연꽃은 다 지고 없었지만, 연밥은 따로 쓰지 않는지 하나도 따지 않고 전부 연못에 떨어져 있었다.
신사도 한 바퀴 쭉 돌아보고.
당연하지만 일본 신사에서 일하는 젊은 무녀는 99.99% 알바생이다.
예약해 놓은 양조장 일정까지 애매하게 시간이 남아서 앉아서 쉬는데, 말벌과 아디다스 모기가 끊임없이 괴롭혀댔다.
말벌 한 마리를 보조배터리로 쳐서 떨어뜨리고 밟아 죽였는데, 동료들한테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싶어서 서둘러 자리를 떴따.
겨우 역 하나지만 3.1km나 떨어져 있으니 JR 패스를 알뜰살뜰 이용해 주자.
이쪽 열차도 광역 노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박스 시트와 롱 시트가 섞인 형태.
우리나라의 광역 철도와 다른 점이라면, 이런 전동차에도 화장실이 다 있다는 점.
국내의 수도권 전철 1호선보다 짧은 거리를 운행하는 열차들에도 어지간하면 화장실이 다 있다는 게 좋긴 하지만, 이런 것도 결국 다 요금에 포함되는 일종의 서비스니 무작정 국내에도 도입하자고는 할 수 없는 셈.
그리고 역에서 조금 걸어서 양조장에 도착.
양조장이라면 다 걸려 있는 스기다마(杉玉).
그렇게 시간이 되니,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께서 방문객들을 이끌고 안내를 해 주셨다.
술 빚는 과정의 간략한 설명이 끝나고, 양조장 곳곳을 보여주었다.
이쪽은 찐 쌀과 누룩, 효모, 물을 섞어서 발효시킴으로써 밑술을 만들기 위한 저장고다.
이 과정이 끝나면 술과 찌꺼기를 분리하고 걸러내는 과정을 거친다고 하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술을 많이 뽑기 위해서 걸러진 찌꺼기에 다시 주정과 물을 타고 다시 짜내고 여과하는 식으로 해서 양을 엄청나게 불린다고 한다. 다만, 이 양조장에서는 그런 일은 일절 없이 오로지 밑술에서 분리하고 여과하는 과정만 거치면서 순수한 사케만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술이 얼지 않을 정도의 아슬아슬한 온도(영하 2~5도)로 저장하는 탱크.
이보다 낮으면 수분과 알코올이 분리되면서 수분이 얼기 시작하고, 그렇게 되면 술을 못 쓰게 된다고 한다.
긴죠주(吟醸酒)는 이렇게 아슬아슬할 정도의 저온에서 숙성함으로써 특유의 산뜻한 향을 갖게 된다고 한다.
정미도에 따른 술 종류 구분.
밥으로 짓는 쌀 - 10%만 깎음
혼죠조(本醸造) - 30% 이상 깎음
긴죠(吟醸) - 40% 이상 깎음
다이긴죠(大吟醸) - 50% 이상 깎음
준마이 긴죠주만 하더라도 엄청 사치스러운 술이라는 걸 알 수 있는 대목.
1,000엔을 내면 여기서 파는 주류를 싸그리 시음해 볼 수 있는데, 홋카이도 일정부터 쌓인 피로감이 워낙 심했기 때문에 기본 시음만 하고 일정 중에 마실 조그마한 병에 든 술과 아마자케를 하나 사서 갔다.
양조장을 운영하시는 분이 해설도 굉장히 재밌게 해 주시는 데다, 이 동네는 좋은 술도 많이들 빚다 보니 겸사겸사 와 볼 만하다.일본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안다면 재밌게 보내다 갈 수 있을 것이다.
견학 예약은 해당 양조장 사이트에 들어가면 양식이 마련되어 있다.
양조장 견학을 마치고 토야마로 가기 위해서 신칸센을 탑승.
N700S 다음으로 최신 열차인 만큼 그린샤 시설도 깨끗하고 좋다.
토호쿠 신칸센과 마찬가지로 그린샤에는 비데가 설치돼 있다.
이쪽은 손 씻는 곳이 아니니 주의.
이쪽은 배변 기능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배변 주머니를 세척하는 곳이다.
리클라이닝(등받이, 풋레스트)과 독서등을 조절하는 버튼들.
콘센트는 이전에 소개했던 대로 녹색등이 켜져 있으면 사용 가능하다.
개인적으로는 그린샤라 하면, 역시 이번 일정에서 탄 E7/W7계 신칸센이 가장 좋았다.
오미야역에서 호쿠리쿠 신칸센으로 환승.
호쿠리쿠로 갈 때는 역시 '호쿠리쿠 로망'이 차내 차임으로 흘러나오는 W7계가 느낌이 살지만, 이번에 탄 건 JR 동일본 소속의 E7계.
원래는 토야마역 근처에 있는 라멙비에 가려고 했는데, 멍청하게 정기 휴무인 날에 오고 말았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슈퍼로 턴.
저녁거리를 사 들고 호텔에 도착.
조식 포함 1박 53,000원에 묵었다.
프론트 서비스(택배 수취 서비스, 클리닝 서비스, 짐 보관 서비스)
조식 무료 서비스
10박에 5,000엔 캐시백
세제는 프론트에서 구입해야 하는 곳도 많지만, 여긴 세탁실에서 판매한다.
세탁기와 건조기는 각각 2대.
얼음은 1층에서 원하는 만큼 퍼 갈 수 있다.
자판기.
전자렌지.
이만큼 사도 대략 1,100엔(약 10,000원).
근데 항상 슈퍼에 갈 때마다 욕심이 그득해서 다 먹지도 못할 만큼 사 온다.
결국 다음 날 아침에 먹든가, 아니면 갖고 다니다가 나중에 먹든가(...)
낮에 양조장에서 사 온 다이긴죠주랑 아마자케.
혼자서도 홀짝거리기 부담이 없는 작은 사이즈라 일정 중에 마시기 좋았다.
마지막 JR 패스 여행 (2023.10.03 ~ 2023.10.27)
1. 다시 한 번 더 전국 일주를 (2023.10.03 / 1일차)
2. 본토 최동단 네무로 (2023.10.04 / 2일차 - ①)
3. 네무로와 북방 영토 분쟁 (2023.10.04 / 2일차 - ②)
4. 캇테동과 쿠시로 습원 노롯코호 (2023.10.05 / 3일차)
5. 쉴 새 없이 하코다테로 (2023.10.06 / 4일차 - ①)
6. 하코다테에서도 맞이한 악천후 (2023.10.06 / 4일차 - ②)
7. 우에츠 본선을 타고 니가타로 (2023.10.07 / 5일차)
8. 이마요 츠카사 양조장 (2023.10.08 / 6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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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이야기 > [2023.10] 일본 전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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