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천후 때문에 일정도 제법 많이 틀어지고 고생만 하던 일정도 어느덧 일주일째.
이날도 날씨가 좋지는 않았지만, 앞선 일정들만큼 폭우가 내리거나 강풍이 불거나 하지는 않았기에 일정을 진행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호텔 조식.
스크램블 에그가 녹진하니 맛있었고, 카레가 특별히 맛이 좋았다.
이번 일정은 시라카와고에 들렀다가 카나자와로 이동해야 했기에 캐리어를 질질 끌면서 출발.
토야마-카나자와 구간만 운행하는 단거리 신칸센 등급이다.
운행 구간 특성상 거진 W7계가 투입되는 편이라, 이번에는 호쿠리쿠 로망을 들으며 갈 수 있었다.
단거리 편성 특성상 그랑클래스는 운영하지 않으며,
그린샤도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편인지라 이날은 그린샤 한 칸을 전세 낸 느낌으로 타고 왔다.
그렇게 신타카오카역에 도착.
여기서 기다렸다가 버스를 타고 가도 됐지만, 이왕이면 낡은 열차를 타 보자는 생각으로 타카오카역까지 가기로 했다.
신칸센 역사에서 조금 나와서 걷다 보면 금방 재래선 역사가 보인다.
단선 승강장이라 상하행선이 모두 같은 승강장에 정차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 가는 열차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정반대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산인 지방에 오면 이런 구닥다리 열차를 제법 많이 볼 수 있다.
시코쿠와 더불어 구닥다리 열차의 천국.
무인역의 경우는 차내에서 운전수가 정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앞쪽의 출입문만 열린다.
열차란 이름의 버스.
이전에도 여러 차례 소개했지만, 이런 로컬 노선은 버스를 탈 때와 비슷하게 이용하면 된다.
승차하면 정리권을 뽑고, 내릴 땐 정리권 번호에 맞는 요금을 준비해서 요금통에 정리권과 요금을 넣고 내리면 끝.
요금통 내부는 대략 이런 구조로 되어 있어서 구형의 경우에는 위와 같이 정리권과 금액을 운전수가 직접 확인하고, 신형의 경우에는 정리권 번호를 기계가 인식하고 투입된 금액도 알아서 판단해 준다.
굳이 일일이 운전수에게 정리권과 요금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 다만, 정리권을 구기면 판단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정리권은 절대로 구기면 안 된다.
세계유산 버스의 왕복권, 편도권 등은 대합실 안쪽에 있는 버스 승차권 센터에서 구매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편도 이동인 데다 도중에 하차할 일이 없어서 그냥 차내에서 요금을 현금으로 내는 게 더 싸게 먹히는 편이지만,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 기념으로 편도권을 구매했다.
편도권은 2일간 지정한 방향으로 무제한 승하차가 가능하고, 사용 개시일의 익일에 해당하는 날짜를 긁어서 표시하면 된다. 중간 정차 정류장으로 죠하나역(true tears 무대)이나 갓쇼즈쿠리 촌락도 두 군데가 더 있으니 일정을 넉넉하게 잡고 천천히 둘러보는 것도 좋다.
우리나라 관광 버스가 떠오르는 버스 내부.
어떻게 여행 일주일째 이렇게 꾸준히 날씨가 안 좋은 건지.
큰맘 먹고 준비한 여행인데 정말 자살이 마려웠을 정도였다.
일본 전국 여행을 가려거든 10월은 반드시 피하는 게 좋다.
이상 고온 때문에 이때까지도 더운 것도 있지만, 진짜 날씨가 거지 같은 경우가 너무 많다.
해산물도 겨울철에 기름기가 오르는 것도 많고, 개인적으로는 11월~3월이 제일 좋은 듯하다.
중간에 이런 갓쇼즈쿠리 촌락이 두 군데인가 더 있다.
2시간 조금 더 달려서 시라카와고에 도착.
음산한 분위기가 쓰르라미 울 적에 같은 느낌을 내긴 하지만, 어쨌든 일주일 내내 이런 날씨라 기분이 좋진 않다.
본격적으로 돌아다니기에 앞서 점심부터 먹기로 했다.
여러 메뉴가 있지만, 역시 향토 요리인 호바미소야키가 포함된 게 무난한 선택이지 싶다.
호바미소야키 + 간단한 반찬(小鉢) + 두부 + 무지개송어 조림 + 츠케모노 + 소바 + 밥의 구성.
전반적으로 단맛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는 해도 전부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일본의 장조림 포지션인 '소고기 시구레니'가 간단한 반찬(小鉢)으로 나왔는데, 달달하면서도 소고기의 감칠맛이 응축된 음식이라 밥도둑이 따로 없다. 무지개송어도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배어나와서 머리에서 꼬리까지 남김 없이 싹 먹어치웠다.
호바미소야키는 박 잎에 미소 베이스의 소스를 바르고 각종 채소와 히다규를 넣고 찌듯이 굽는 요리다.
뚜껑에서 증기가 폴폴 올라오면 그때부터 먹어도 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이게 고체 연료가 거의 다 탈 때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본적으로 종이랑 박 잎으로 2중으로 깔려 있고 채소도 같이 있다 보니 탈 걱정은 안 해도 되는 듯하다.
단짠 베이스에 장류 특유의 감칠맛까지 더해지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빙과 무대 탐방차 타카야마까지 끼워서 다녀온다면 야키니쿠로 먹어 보는 것도 좋지만, 아무튼 기후현에 왔으니 히다규를 먹어보는 것도 좋은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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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리 (いろり)
맛 : ★★★★ (좋음)
CP : ★★★★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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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 : Cost Performance
비록 날씨는 거지 같았으나, 밥도 든든하게 먹었으니 다시 열심히 돌아다니기로 했다.
확실히 유명 관광지라 그런가 날씨가 이렇게 안 좋은데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많았다.
다만 날씨가 안 좋은 탓인지 일본 사람보다는 외국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외국인 관광객은 이왕 일본에 왔는데 날씨가 안 좋다고 취소하기도 어려우니 나처럼 그냥 눈물을 머금고 온 경우가 많지 않을까.
아무튼 여지껏 일본의 어지간한 관광지는 얼추 다녀봤지만, 이곳만큼 외국인 비율이 높은 곳은 처음 봤다.
사진 잘 찍는 사람들은 이런 날씨에도 근사하게 찍던데, 나는 거의 기록으로 남기는 수준이라 그런 재주가 없다.
여러 사람이 지나가면 흔들거리는 스릴이 있는 다리.
이곳의 지붕들은 다소 특이하게 생겼는데, 갓쇼즈쿠리(合掌造り)라고 해서 폭설을 대비해서 억새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라카와고는 사실 겨울에 오는 게 정배라고 할 수 있지만, 내 경우에는 겨울에 올 여건이 안 되는 탓에 가을철 시골 풍경을 기대하고 왔는데 날씨가 이 정도로 안 좋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 했기에 여러모로 안타까웠다.
마지막 JR 패스 여행 (2023.10.03 ~ 2023.10.27)
1. 다시 한 번 더 전국 일주를 (2023.10.03 / 1일차)
2. 본토 최동단 네무로 (2023.10.04 / 2일차 - ①)
3. 네무로와 북방 영토 분쟁 (2023.10.04 / 2일차 - ②)
4. 캇테동과 쿠시로 습원 노롯코호 (2023.10.05 / 3일차)
5. 쉴 새 없이 하코다테로 (2023.10.06 / 4일차 - ①)
6. 하코다테에서도 맞이한 악천후 (2023.10.06 / 4일차 - ②)
7. 우에츠 본선을 타고 니가타로 (2023.10.07 / 5일차)
8. 이마요 츠카사 양조장 (2023.10.08 / 6일차)
9. 비 오는 날의 시라카와고 (2023.10.09 / 7일차 - ①)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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