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벌써 10번째를 맞이하는 도쿄 방문.
일본은 아무리 가도 질리지 않고, 더욱이 도쿄는 오타쿠에게는 성지와도 같다.
아침부터 인천공항에서 뚝딱 해치운 짜장면과 크림새우.
공항 음식답게 가성비는 좋지 않지만 그냥 무난한 맛.
그렇게 도쿄로 향했는데, 이번에는 일정 시작부터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한국에서 일본 유심을 미리 구매해서 왔는데, 몇 번을 재부팅 해 봐도 연결이 안 되길래 APN을 확인해 보니 자동으로 소프트뱅크 쪽으로 설정이 되어 있어야 할 터인데 아무것도 설정되어 있지 않았다. 늘상 이용하던 업체였는데, 예전에는 APN 수동 설정에 관해 매뉴얼에 적혀 있었는데 최근에는 절차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없어졌고 고객센터에 문의하도록 바뀐 모양이었다.
아무튼 고객센터에 연결했는데, 이날이 휴일이었던 탓인지 응답이 좀 많이 느렸다.
나는 그냥 바로 수동 APN 설정 방법을 알려주길 원했는데, 이쪽도 대응 매뉴얼이 따로 있어서 그런지 이미 다 해 본 재부팅이나 탈부탁 등을 다시 시키고 통신사에 연락을 해 보는 등 불필요한 절차가 길게 이어졌다. 이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일정이 꼬일 수 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APN 수동 연결 방법에 대해 알려주면 이동하고 나서 공용 와이파이가 잡히는 곳에서 다시 확인하겠다고 메시지를 남긴 후 케이세이 스카이액세스를 타러 이동했다.
만에 하나를 생각해서 인터넷이 먹통이어도 대처할 수 있게끔 각종 바우처나 QR 코드는 미리 스크린샷으로 저장해 뒀고, 다년간의 일본 철도 여행 덕분에 도쿄의 철도 노선은 훤히 꿰고 있었던 터라 다행히 큰 불편함은 없었다.
신한은행이 돈독이 올라서 기어코 공항 지점까지 철수하게 된 탓에 이번엔 현금 없이 출발했다.
─── 다른 은행들이 더 높은 입찰가를 써 낸 탓에 경쟁에 밀려서 철수한 것처럼 보이게 하고는 있지만, 오프라인 지점들 철수의 일환으로 일부러 낮은 입찰가를 적어 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
어차피 트래블 카드를 새로 출시한 게 있어서 앱으로 환전한 후에 현지에 도착해서 인출하면 되기도 했고, 만에 하나 카드가 먹통이 되는 일이 생기더라도 다른 신용카드들도 있고 매 여행 때마다 비상용으로 1만 엔 한 장은 반드시 남기는지라 그때 남긴 1만 엔은 늘상 지갑에 들어 있어서 여차할 때 쓰면 되기 때문이다.
나리타 공항에도 세븐 은행에서 운영하는 ATM이 여기저기 많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케이세이 전철 쪽에 설치된 이 기기가 가장 동선상 좋은 것 같다.
아까 위의 사진에서 개찰구를 통과하면, 바로 에스컬레이터가 보이는데 그 에스컬레이터를 너머로 ATM이 설치돼 있다.
ATM 사진 위에 있는 사진이 ATM 앞에 서서 개찰구를 바라보며 찍은 사진이다.
아무튼 여기서 쏠 트래블 카드를 이용해서 환전해 둔 엔화를 인출했다.
오시아게역에 내리면 무료 와이파이가 잡힐 것 같았는데, 역시나 토부 철도에서 제공하는 무료 와이파이가 있었다.
그 김에 도쿄 서브웨이 티켓도 교환했다. 여기서 수동 APN 설정 문제를 해결했고, 이 이후로는 문제없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만일 유심을 이용했는데 왠지 안 된다 싶으면 반드시
1. 재부팅 및 유심 탈부착
2. APN 수동 설정
절차를 거쳐볼 것을 권한다.
2번의 경우 구입한 매뉴얼에 적혀 있지 않다면 상담원에게 꼭 물어봐야 한다.
호텔에 도착하고 캐리어를 맡기자마자 다시 출발.
금강산도 식후경.
홋카이도의 아사히카와에 본점을 둔 '산토카(山頭火)'에서 노렌와케를 한 가게이다.
산토카 본점이 타베로그 점수도 그다지 좋지 않고 여러 후기를 참고해도 옛날보다 못하다는 평이 많아서 개인적으로는 그 정도까지인가 싶긴 했는데, 여기서 먹어 보고 나니 왜 그런 평가가 나왔는지 이해가 됐다.
기본적으로 돈코츠 특유의 잡내도 거의 완전히 잡혀 있는 데다 채소 육수를 섞는 만큼 부드러워서 남녀노소 모두에게 잘 먹힐 법한 그런 무난한 돈코츠 시오라는 점은 동일했지만, 국물에서 느껴지는 고소함이나 감칠맛은 후라이쿄가 확실히 한 수 위였다.
차슈의 자투리를 잘게 썰어서 계란 노른자와 함께 얹어낸 타마고카케 고항도 녹진하면서도 감칠맛이 도는 잘 만든 음식이었다. 날달걀에 거부감이 없다면 강력히 추천하는 사이드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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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 후라이쿄 (らーめん 風来居)
맛 : ★★★★ (좋음)
CP : ★★★★ (좋음)
주소 : 東京都千代田区神田須田町1-5 翔和須田町ビル 1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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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점심을 먹고 나서는 바로 영화관으로 이동했다.
이때도 한창 봇치 더 락!의 총집편 극장판이 상영 중이었다.
이런 거 말고 2기 달라고!
아무튼 이번에는 우마무스메 극장판을 보러 왔다.
직전 TV 애니메이션 3기에서 크게 실망했기 때문에 반신반의한 느낌으로 오긴 했는데, 이번엔 정말 잘 만든 수작이었다.
예고편을 봤을 때만 하더라도 너무 오버해서 그려낸 게 아닌가 싶었는데, 그냥 그렇게 그리는 게 맞았다.
TOHO는 흔해 빠진 극장 체인인데 왜 굳이 이케부쿠로까지 왔냐면, 이것 때문이다.
마침 사쿠라이 노리오 선생님의 기념전을 애니메이트 이케부쿠로점에서 하고 있었다.
꽤나 성공적이었는지 이후 오사카에서도 개최했고, 이번엔 교토 개최를 앞두고 있다.
입장하자마자 만화가로서 20년 동안의 활동을 짧게 압축한 동영상이 나온다.
전시관 내에서는 기본적으로 사진 촬영은 가능하지만,
타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만한 사진(이라 말하고 사실상 도촬)이나 동영상 촬영은 금지된다.
이건 나도 본 적이 없는 사쿠라이 노리오 선생님의 첫 장기 연재 작품이다.
괴짜 가족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어서 그런가 국내 정발명도 '괴짜 학교'지만, 원문만 따지면 '어린이 학급' 정도 된다.
1985년생의 '여성' 작가인데, '내 마음속의 위험한 녀석(僕の心のヤバいやつ)'이 히트하기 전까지만 해도 정말 여성 작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상당한 수위와 저급한 개그가 난무하는 굉장히 마니악한 스타일의 작가였다.
내마위에서도 가끔씩 아다치 같은 캐릭터의 입을 빌려서 저급한(...) 시모네타가 나오곤 하지만, 전작들은 그것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난타를 하는 편이다.
내마위가 엄청나게 히트 치기 전까지 대표작이었던 '쓰리몬(みつどもえ)'.
한국에서는 왜 '쓰리몬'으로 번역되었고, '쓰리몬'이 뭘 의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본래 의미는 세 명이 치열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뜻하는지라, 삼파전 정도에 가깝다.
아무튼 귀여운 캐릭터들의 입을 통해서 저질스러운 아랫도리 개그를 남발하는 게 특징.
당장 설명 왼쪽에 있는 프롤로그 만화 장면만 하더라도
"하나, 둘, 셋…"이라는 대사와
'슥' 쭈그려 앉는 의태어를 의도적으로 배치해서
'섹스'라는 저질스러운 개그를 연출하는 등 전반적으로 이런 느낌의 만화다.
내마위에 집중하기 위해 조기 종료된 것으로 추정되는 '로롯로!(ロロッロ!)'.
이것도 기본적으로 쓰리몬과 동일한 노선이고, 이건 시각적인 수위도 상당히 올라간 작품이었다.
쓰리몬을 재밌게 봤다면 이 역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볼 만한 수작.
내마위 이전에도 쓰리몬도 애니화까지 되고 성공한 작가였지만,
내마위가 초대박을 치면서 전성기를 제대로 누리고 있는 중이다.
사쿠라이 노리오 기념전이지만, 여기서부터는 쭉 '내마위' 코너다.
나조차도 맨 처음에는 이 작가가 러브코미디를 그린다길래 그건 또 무슨 낚시인가 싶었는데,
의외로 상당히 세삼한 부분까지도 완성도 높은 수작을 만들어 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네임 - 선 따기 - 본 작업
순서의 전시물.
자네, 정말 중학생이 맞는가?
작가가 X(구 트위터)에 올리던 일러스트를 모아둔 코너다.
연재 초기와 비교하면 점점 순정 만화에 가까운 그림체로 바뀌어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작중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양호실을 구현해 놓은 코너.
원작에서처럼 쿄타로가 침대 밑에 숨어 있다.
이번에는 교탁 밑에 숨어 있었던 장면.
교탁 밑으로 다 보인다 ㅋㅋㅋ
이것저것 신경 써서 잘 만들어 놔서 천천히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야마다 안나의 등신대 피규어.
작중 아지트나 다름없던 도서실 코너.
잘 보면 안나의 목도리도 깨알같이 전시돼 있다.
등신대 피규어2.
벽 한쪽에는 작가의 낙서도 있다.
찍어 놓고 올리지 않은 것도 많은데, 작중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한 장면들은 다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각종 굿즈 코너가 마련돼 있어서 방문객의 지갑을 탈탈탈 털어 간다.
도쿄 2박 3일 (2024.06.09 ~ 2024.06.11)
[도쿄 2박 3일] 1일차 ① - 사쿠라이 노리오 기념전 (2024.06.09)
[도쿄 2박 3일] 1일차 ② - 아키하바라 (2024.06.09)
[도쿄 2박 3일] 2일차 ① - 클라나드 무대 탐방 ① (2024.06.10)
[도쿄 2박 3일] 2일차 ② - 클라나드 무대 탐방 ② (2024.06.10)
[도쿄 2박 3일] 2일차 ③ - 클라나드 무대 탐방 ③ (2024.06.10)
[도쿄 2박 3일] 2일차 ④ - 길모퉁이 마족 무대 탐방 (202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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