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박 18일의 짧지 않은 일정의 마지막 날이다. 18일이라는 짧지 않은 일정이었음에도 체감상으로는 일주일 정도밖에 안 되는 것처럼 금방 지나가 버렸다. 3년 동안 코로나 때문에 일본에 가지 못했으니, 그만큼 기대감도 컸고 일정도 꽉꽉 채웠으니 시간이 빨리 갈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아침에 전날 사 뒀던 도시락을 먹고서 오전 10시 체크 아웃 시간을 꽉 채워서 나섰다. 그리고 향한 곳은 킨시초역 부근에 있는 카페 니트.
이곳은 2020년 2월에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다음으로 기약하고 미뤘던 곳이다.
가게에 들어섰을 때 누군가 주문했던 카레의 냄새에서 이곳은 확실히 카레 맛집이겠구나 싶은 느낌이 들었다. 그 외에도 드라이 카레, 햄버그, 푸딩 아라모드, 파르페, 오믈렛 등의 메뉴들도 상당히 인기가 많은 모양이었으나, 이 가게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는 따로 있다.
바로 2층으로 쌓아 올린 핫케이크다. 음료는 밀크티로 주문했다.
주문하고 거의 20분 정도 걸렸는데, 오래 걸릴 만하다고 느꼈다. 이 정도의 두께를 가진 팬케이크를 완벽하게 구워내려면 당연히 이 정도 시간은 들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제법 두툼한 핫케이크.
버터 조각을 조금씩 잘라서 아직 뜨거운 핫케이크 단면에 녹여서 먹으면 버터의 달달한 향과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서 핫케이크가 한층 더 맛있어진다. 잘 구워져서 가볍게 크런치한 식감이 나는 바닥면과 안쪽의 폭신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조화로운 데다 핫케이크 자체는 그다지 달지 않아서 가벼운 식사 대용으로도 괜찮지 않나 싶었다.
다음에 방문하게 된다면 그때는 파르페도 주문해서 먹어 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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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ニット)
맛 : ★★★★☆ (매우 좋음)
CP : ★★★★☆ (매우 좋음)
주소 : 東京都墨田区江東橋4-26-12 小沢ビル 1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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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 : Cost Performance
그렇게 만족스러운 후식을 먹고 나서 오시아게역으로 이동했다. 나리타 공항까지 가는 쾌속 열차가 먼저 왔지만, 이건 케이세이 본선을 경유하는 열차로 뒤에 오는 액세스 특급 열차보다 느린 관계로 패스.
나리타 공항선을 경유하는 액세스 특급을 타고 나리타 공항까지 이동했다.
이번 일정은 제주항공을 이용했기 때문에 나리타 제3터미널을 이용했는데, 아마 지금까지 일본에 12회 방문하면서 나리타 제3터미널은 처음 와 본 것 같다. 그나저나 제3터미널은 접근성이 굉장히 안 좋다. 제2터미널에서 한참을 걸어서 왔는데 그놈의 캐리어 바퀴가 아예 박살이 나서 더 끌기 불편해서 엄청 힘들었다(...)
나리타 제3터미널의 상징과도 같은 등신대 피규어는 아직도 렘이 세워져 있었다. 예전에는 조금 시간이 지나면 바꾸고 그랬던 것 같은데 이제는 렘으로 고정된 모양이다.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이번에는 패스했던 토미타의 츠케멘.
대신에 이걸 사 갔다.
나리타 제3터미널의 면세점 구역은 굉장히 좁은데, 코로나 영향인지 운영을 안 하는 매장도 제법 있었다. 특히 식음료 관련한 매장은 아예 없다고 봐도 될 정도. 여행 내내 캐리어 때문에 고생한 바람에 면세점에서 선물을 사 가야지 했는데 워낙 규모가 작은 바람에 살 게 별로 없어서 혼났다.
대충 양쪽의 면세점 말고는 정말로 뭐가 없다.
그래도 다른 곳에서는 뭐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한다거나 그럴 수 있는데, 나리타 제3터미널은 정말 아무것도 없으니 밥은 미리 먹고 오는 게 좋다. 이곳은 LCC 항공사만 취항하는 관계로 기내식도 없고, 기내에서 뭐 먹으려고 한다면 다 유료 서비스니까 말이다.
LCC 항공사만 취항한다고 바깥에 보이는 비행기도 거진 B737이나 A320 기종들이라 아기자기하다.
또 나리타 제3터미널이 재밌는 점 한 가지는 탑승교가 없다는 것이다. 뭐, 탑승교가 있는 공항에서도 워낙 스케줄이 바쁘고 해서 탑승교를 배정받지 못하면 그냥 주기장에서 내려준 후에 버스로 태워다 주기는 하는데 이곳은 아예 비용 절감을 위해 애초부터 탑승교를 설치하지 않았다.
탑승교가 없으면 항공기를 직접 올려다 볼 수 있어서 그저 탑승교를 통해서 탑승하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는 법이긴 한데, 안타깝게도 나리타 제3터미널에서는 이러한 캐노피로 항공기 입구까지 유도해 놓은 관계로 비행기 주변을 돌아본다거나 이러한 행위를 전혀 할 수가 없다.
공항 입장에서는 뭐 보안상 이렇게 관리하는 게 편하고 하니까 쓰는 거겠지만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탑승교를 이용 못해서 딱히 편하지도 않은 데다 기껏 지상에 내려왔는데 비행기 구경도 제대로 못하니 그저 단점밖에 없다(...)
그렇게 인천에 도착하고 나서 바라본 하늘은 매우 탁했다. 중국 놈들이 보낸 미세먼지를 한국인들이 열심히 빨아들여서 일본의 하늘은 그렇게 깨끗한 거겠지. 어떻게 보면 일본은 지진 해일로부터 한국을 보호해 주고, 한국은 미세먼지로부터 일본을 보호해 주는 일종의 공생 관계(...) 같다.
집에 와서는 산토리 쿠마모토 공장에서 사 온 산토리 전용 맥주잔에 더 프리미엄 몰츠를 따라 마셔 봤다. 그동안 전용잔이 없어서 기네스잔에 따라 마시거나 그냥 캔으로 마시곤 했는데, 전용잔에 따라 마시니 역시 더 느낌이 산다. 확실히 그냥 캔으로 마실 때보다 홉 향도 잘 느껴지고 좋다.
그리고 역시 많이 기대했던 잇푸도. 영수증을 어디에 버렸는지 가격은 기억이 안 나는데 저렴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3천 엔 정도는 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잇푸도의 렌게가 들어 있어서 마냥 나쁘진 않았다. 다음에는 잇푸도의 그릇도 하나 구해 올까 싶다.
각 봉지에는 시로마루와 아카마루가 1인분씩 들어 있다.
시로마루는 커다란 흰 수프가 끝이고 그 외의 자잘한 비닐 포장 등은 전부 아카마루에 들어가는 것이다. 향미류나 카라미소 등.
차슈라든가 아지타마, 반찬으로 나오는 타카나 등이 없는 건 아쉽기는 한데 국물 맛이나 향미유나 카라미소는 가게에서 먹는 그 맛이랑 동일하다. 아무래도 면도 제대로 삶아서 먹는 것이다 보니 세븐일레븐에서 판매하는 잇푸도의 컵 제품보다는 확실히 퀄리티가 더 낫다는 생각은 든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3년 만에 일본의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여행을 다녀와 봤다. 확실히 이전 여행들에 비해 일정도 알찼고 사진도 많이 찍었던 만큼 만족감도 컸다. 이번 여행 출발 전에는 사진 좀 많이 찍자고 그렇게 다짐했는데 어느 정도 만족스럽게 성공한 것 같다.
일단 다음 여행은 10월로 생각은 해 두고 있는데, 어디까지나 아직 생각해 두고만 있는 단계라 다녀올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만약에 다녀오게 된다면 이 여행보다 더 긴 일정으로 아마 JR 패스 3주짜리를 쓰는 일정을 소화할 것 같다. 그리고 10월부로 JR 패스 가격이 오르는 것도 있고 당분간 전국 여행을 다닐 만한 여유도 없을 듯해서 10월에 여행을 갈 수 있게 된다면 그때는 이번 일정보다도 더 치밀하게 준비해서 더 알찬 여행이 되도록 하지 않을까 싶다.
당장의 계획은 일단 이러하다. 만약에 여행을 가게 된다면 파란색 선은 거의 확정된 루트고 빨간색 부분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인데, 이것도 현재는 거의 윤곽이 잡혔다. 미에현은 아마도 닌자로 유명한 이가시, 와카야마현은 아마 시라하마초 부근까지 들어갔다가 나올 것 같다.
그리고 타카마츠만 찍고 나왔던 시코쿠는 한 바퀴 쭉 돌아 볼 예정이고, 시마네현은 찍어만 봤다는 느낌으로 아마 선라이즈 이즈모를 타고 돌아오는 예정에 잠깐 들를 것 같고, 큐슈는 사가현과 오이타현의 벳푸(이번 일정에 제대로 돌지 못했으므로), 미야자키현을 돌아보고 쿠마모토에서 SL 히토요시(2024년 3월에 퇴역 예정인 증기기관차)를 타 보는 등의 일정을 생각 중이다.
3년 만의 일본 여행 (2023.03.07 ~ 2023.03.24)
1. 삿포로/왓카나이 - 일본의 최북단으로 출발 (2023.03.07 / 1일차)
2. 왓카나이 - 북 방파제 돔과 소야곶 (2023.03.08 / 2일차 - ①)
3. 아사히카와 - 아사히카와 라멘 마을 (2023.03.08 / 2일차 - ②)
4. 삿포로/아사히카와 - 다시 달리기 위한 재충전 (2023.03.09 / 3일차)
5. 호쿠토/마츠모토 - 1,100km를 달리다 (2023.03.10 / 4일차 - ①)
6. 사이타마 - JR 동일본 철도 박물관 (2023.03.10 / 4일차 - ②)
7. 마츠모토 - 마츠모토성 (2023.03.11 / 5일차 - ①)
8. 시오지리 - 오랜 역사의 역참 나라이주쿠 (2023.03.11 / 5일차 - ②)
9. 나가노 - 젠코지(善光寺) (2023.03.11 / 5일차 - ③)
10. 카나자와 - 카나자와성 공원과 오미쵸 시장 (2023.03.12 / 6일차 - ①)
11. 카나자와 - 켄로쿠엔, 오야마 신사, 나가마치 (2023.03.12 / 6일차 - ②)
12. 요나고 - 침대 특급 선라이즈 이즈모 (2023.03.13 / 7일차 - ①)
13. 쿠라요시 - 우자키 쨩은 놀고 싶어! 무대 탐방① (2023.03.13 / 7일차 - ②)
14. 쿠라요시 - 원형 극장 피규어 뮤지엄 (2023.03.13 / 7일차 - ③)
15. 톳토리 - 톳토리 사구 (2023.03.14 / 8일차 - ①)
16. 톳토리 - 우자키 쨩은 놀고 싶어! 무대 탐방② (2023.03.14 / 8일차 - ②)
17. 오사카 - 오사카로 출발 (2023.03.14 / 8일차 - ③)
18. 나라/오사카/후쿠오카 - 나라 사슴 공원과 만제 돈카츠 (2023.03.15 / 9일차)
19. 아시키타 - 큐슈 신칸센과 히사츠 오렌지 철도 (2023.03.16 / 10일차 - ①)
20. 아시키타 - 방과 후 제방 일지 무대 탐방 (2023.03.16 / 10일차 - ②)
21. 카고시마 - 흑돼지와 시로쿠마 빙수 (2023.03.16 / 10일차 - ③)
22. 이토시마 - 드라이브 인 토리 이토시마점 (2023.03.17 / 11일차 - ①)
23. 벳푸 - 교자만 남은 벳푸 일정 (2023.03.17 / 11일차 - ②)
24. 나가사키 - 나가사키로 출발 (2023.03.18 / 12일차 - ①)
25. 나가사키 - 나가사키의 원폭 흔적과 소후쿠지 (2023.03.18 / 12일차 - ②)
26. 나가사키 - 나가사키 차이나 타운과 수변 공원 (2023.03.18 / 12일차 - ③)
27. 쿠마모토 - 산토리 쿠마모토 공장 견학 (2023.03.19 / 13일차 - ①)
28. 쿠마모토 - 쿠마모토성 (2023.03.19 / 13일차 - ②)
29. 쿠마모토 - 스이젠지 조주엔(水前寺成趣園) (2023.03.19 / 13일차 - ③)
30. 타카마츠, 코베 - JR 패스의 마지막 일정 (2023.03.20 / 14일차)
31. 도쿄 - 사신 쨩 드롭킥 무대 탐방 (2023.03.21 / 15일차 - ①)
32. 도쿄 - 봇치 더 락! 무대 탐방① (2023.03.21 / 15일차 - ②)
33. 요코하마 - 봇치 더 락! 무대 탐방② (2023.03.22 / 16일차 - ①)
34. 에노시마 - 봇치 더 락! 무대 탐방③ (2023.03.22 / 16일차 - ②)
35. 카마쿠라 - 청춘 돼지 시리즈 무대 탐방① (2023.03.22 / 16일차 - ③)
36. 후지사와 - 청춘 돼지 시리즈 무대 탐방② (2023.03.22 / 16일차 - ④)
37. 사가미하라 - 일본 최대의 자판기 레스토랑 (2023.03.22 / 16일차 - ⑤)
38. 도쿄 - 악천후로 인한 휴식 (2023.03.23 / 17일차)
39. 도쿄 - 다음을 기약하며 (2023.03.24 / 18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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