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는 밥만 먹고 오후에 2시간 30분 동안 열심히 벳푸의 지옥 온천을 돌겠다는 일정으로, 솔직하게 오후 일정이 너무 하드하게 짜여지긴 했다. 이는 벳푸의 지옥 순례(地獄めぐり)의 관광지가 모두 오후 5시에는 문을 닫는 데다 7개의 온천 지역이 두 군데로 나뉘어 있고 버스 배차 간격이 매우 안 좋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를 고려하면 오전 일찍 벳푸로 향해서 느긋하게 일정을 진행하는 편이 좋겠지만, 일정 계획상 오전에는 갈 수가 없었다. 미슐랭 레스토랑만큼 명성이 높은 곳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꼭 방문해 보고 싶었던 음식점이기에 벳푸 일정을 하드하게 계획해서라도 다녀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11시는 되어야 음식점이 문을 열기 때문에 이날은 조식을 여유롭게 8시 반 쯤에 와서 먹었다. 전날과 다른 건 메인 반찬이 토리텐에서 고등어 구이로 바뀐 정도. 역시 무난하게 먹을 만했다.
어차피 금방 점심을 먹을 거라 전날에 비해 밥도 확연히 적게 담았다.
하카타역에서 후쿠오카 공항선을 타고 종점인 메이노하마까지 와서 다시 니시카라츠 방면으로 가는 열차로 갈아타야 했다. 사실 이 구간은 JR 치쿠히선 직통 열차도 들어오기 때문에 기다렸다가 치쿠히선 직통 열차를 쭉 타고 가는 게 낫긴 한데, 그래도 먼저 오는 열차를 타고 가면 지하철 종점에서 시종착을 하는 다른 빠른 편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타고 갔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일은 없이 그저 후속 열차가 오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오히려 대부분의 열차가 치쿠젠마에바루까지 운행을 하는데, 이쪽이 더 시종착 열차가 많은 편이다. 메이노하마에서의 시종착은 사실상 후쿠오카 지하철 열차들 정도뿐이었다.
후쿠오카 공항 - 메이노하마 (후쿠오카 지하철)
메이노하마 - 치쿠젠마에바루 - 니시카라츠 (JR 치쿠히선)
지하철 내부는 출퇴근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하카타-아카사카 구간에서는 사람이 제법 많았지만, 아카사카역을 지나고 나서는 놀랄 정도로 텅텅 비어서 갔다. 이 사진도 아카사카역을 떠나서 한참 지난 무로미역을 지날 때 찍은 사진이다.
후쿠오카 지하철 열차 다음으로 도착한 JR 큐슈의 303계 전동차. 애초에 앞의 지하철 열차가 아니라 하카타역에서 그냥 이걸 타고 왔으면 굳이 메이노하마역에서 내렸다가 다시 탈 필요가 없었다. 메이노하마역에 조금이라도 일찍 도착하면 다른 시종착 열차가 있을 줄 알았지만, 여기서의 시종착 열차는 사실상 다시 후쿠오카 공항으로 돌아가는 후쿠오카 지하철 소속의 열차뿐이었다.
치쿠젠마에바루역에서 카라츠 구간은 쾌속으로 운행하지만, 나머지 구간에서는 다른 열차들과 동일하게 모든 역에 정차하기 때문에 나한테는 보통 열차나 마찬가지이긴 했다. 내가 내릴 곳은 치쿠젠마에바루 다다음 역으로, 이 열차가 정차하지 않기 때문에 어차피 치쿠젠마에바루역에서 다시 환승해야 하기 때문이다.
40년 이상 된 지하철 열차에 비해 확실히 신식인 내부.
일단 이 구간을 달리는 열차는 총 5종류로, JR 큐슈 소속의 103계 전동차와 303계 전동차와 305계 전동차 그리고 후쿠오카 지하철 소속의 1000계 전동차, 2000계 전동차다. 이중에서 열차 내에 화장실이 있는 열차는 JR 큐슈 소속의 세 열차뿐이다. 모두 1호차에 화장실이 달려 있다.
그렇게 치쿠젠마에바루역에 도착해서 3번 승강장에서 니시카라츠 방면으로 가는 보통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더니, 드디어 치쿠젠마에바루까지 운행하고 다시 니시카라츠 방면으로 되돌아가는 열차가 들어왔다. 여기서 7~8분 정도 정차한 후에 다시 왔던 방향으로 출발한다.
4번 승강장에서는 후쿠오카 공항에서 이곳까지 운행했다가 다시 후쿠오카 공항까지 돌아가는 JR 큐슈 소속의 열차가 후쿠오카 공항 쪽으로 출발하고 있었다.
도착하고 금방 니시카라츠로 다시 행선지가 바뀐 모습. 이제 열차에 올라타서 카후리역에서 내리면 된다.
이 열차도 원맨 운전이긴 한데, 모든 역에 자동 개찰구가 설치되어 있는지 요금함이나 정리권 발권기는 없다.
약 6분을 달려 도착한 카후리역.
역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좀 당황했는데, 일단 역무원이 없는 무인역인 데다가 개찰구가 아예 설치되어 있지도 않고 이렇게 IC카드 리더기랑 승차권 회수함만 덜렁 놓여 있었다. 드디어 JR 패스는 자동 개찰구에서도 쓸 수 있게 되어서 당황하지 않고 통과할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여기서 어떻게 나갈까 또 잠시 고민에 빠졌었다. 여긴 예전에 다녔던 역들과는 달리 인근의 역무원을 호출하는 버튼도 없었다.
결국 어떻게 나갈까 고민한 끝에, CCTV에 JR 패스를 보여주고 나갔다(...) 물론, 그런 절차 없이 그냥 나간다고 해서 일본 전국에 수배를 때리고 붙잡으러 오지는 않겠지만.
의외로 일본의 지방에는 이러한 형태의 작은 역들이 굉장히 많다. JR 패스를 이용해서 이런 구석구석까지 돌아다녀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그렇게 대략 10분 정도 천천히 걸어서 도착한 드라이브 인 토리 이토시마점. 아무래도 오후 일정이 빠듯한 만큼 최대한 먼저 들어가서 먹으려고 오픈 30분 전에 도착했는데 역시 이렇게까지 일찍 오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드라이브 인 토리의 본점은 사가현의 이마리시에 위치해 있지만, 사가현 자체가 워낙 교통이 안 좋은 탓에 이번 일정에서는 도저히 갈 엄두가 안 나서 후쿠오카현 이토시마시에 낸 분점을 대신 다녀오는 걸로 했다.
본점 쪽은 나중에 사가현을 여행할 기회가 된다면 그때 방문해 보는 것으로.
"야키토리가 으뜸, 토리메시가 2번째, 셋째로 샐러드에, 넷째로 건강, 다섯째에 싱글벙글, 닭고기로 배부르게!"
넷째로 건강은 「良い健康」(건강하게), 다섯째에 싱글벙글은 「いつもニコニコ」(언제나 싱글벙글)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발음을 맞추어 넣은 문구라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이 문구는 이 음식점의 CM송 가사이기도 하다.
저녁 시간대도 있고 주말도 있지만 굳이 금요일 점심시간에 찾아온 이유는 역시 평일 점심 한정의 메뉴 때문. 메뉴들 가격이 하나같이 저렴하다. 스페셜 정식은 질 좋은 소고기(등심, 갈비)까지 포함된 메뉴임을 감안하면 역시 싼 가격. 아마 본점에 방문하게 된다면 저 스페셜 정식을 주문하지 않을까 싶다.
모든 점심 한정 메뉴는 150엔 추가로 미니 토리메시를 대자로 변경할 수 있고, 밥은 무료로 '대'와 '소'에서 선택할 수 있다.
아마도 일본어만 지원하는 것 같긴 한데, 각 메뉴에 들어가면 사진이 같이 나오기 때문에 일본어를 잘 모르더라도 주문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듯하다.
우상단에 있는 게 추천 부위인데, 하나는 모래주머니인데 남은 하나가 정확히 어떤 부위인지 모르겠다. 껍질 비중이 높은 걸 보면 아마 어깻살(肩肉)이라고 해서 닭 날개에서 등쪽으로 이어지는 쪽 부위가 아닐까 싶다.
얇은 철망에 가스불을 이용한다. 불이 올라오는 곳을 보호하려고 철로 덮어 씌워 놓은 게 일단 불이 잘 붙게 생기긴 했다. 불판을 좀 더 두꺼운 걸로 써서 기름이 고여도 양 옆으로 흘러서 불에 직접 떨어지지 않게 한다든가 하면 불이 좀 덜 붙을 것 같은데, 아무튼 일단은 이렇다.
뭔가 단무지 양이 좀 거시기(...)한데, 아마 더 달라고 하면 더 줄 거다. 다만, 구이용 채소도 있고 샐러드도 있어서 굳이 단무지를 더 먹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일단 토리메시는 닭고기와 갖은 채소들을 넣어서 지은 밥인데, 생각만큼 그렇게 막 감칠맛이 폭발하는 그런 밥은 아니고 그냥 무난한 닭 영양밥이다 싶은 그런 느낌이었다. 토리 수프도 비주얼에서 짐작이 가능한 맛으로 평범한 편. 닭고기의 감칠맛이 느껴지는 계란국 느낌에 가깝다.
닭고기는 집게를 이용해서 굽고 먹을 때는 젓가락으로 먹을 것을 권하고 있다. 일단은 가게에서 아주 신선한 닭고기를 쓴다고는 하지만 혹시 모를 식중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150엔을 추가하면 이렇게 토리메시 양이 확 늘어난다. 아침을 먹고 나온 지 그렇게 오래 지나지 않아서 사이즈 업은 하지 않았다.
구운 닭을 찍어 먹을 만한 양념. 오른쪽의 타레는 달달한 양념이고 왼쪽의 닌니쿠코쇼는 마늘과 풋고추를 갈아서 소금으로 간을 한 양념이다. 어느 쪽으로 먹어도 맛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닌니쿠코쇼 쪽이 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역시 생각했던 대로 닭 기름이 떨어지면서 불이 엄청 잘 붙는다. 덕분에 채소는 많이 그을렸는데, 채소랑 닭고기랑 좀 떨어뜨려 놔서 굽는 게 좋다. 안 그러면 채소가 몽땅 시커멓게 그을리게 된다.
간만에 불이 안 올라와서 급하게 사진을 찍는다고 초점이 아주 그냥(...)
아무튼 간에 역시 메인은 야키토리다. 아침을 안 먹고 나왔다면 다른 부위도 추가로 더 주문해서 먹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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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인 토리 이토시마점 (ドライブイン鳥 糸島店)
맛 : ★★★★ (좋음)
CP : ★★★★☆ (매우 좋음)
주소 : 福岡県糸島市神在13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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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가격에 이것저것 맛볼 수 있는 건 확실히 큰 장점인 것 같다.
그렇게 카후리역에서 치쿠젠마에바루역으로 간 뒤 다시 후쿠오카 공항행 열차로 환승했다.
하카타역에서 내려서 다시 벳푸까지의 내용은 다음 글에서 계속.
3년 만의 일본 여행 (2023.03.07 ~ 2023.03.24)
1. 삿포로/왓카나이 - 일본의 최북단으로 출발 (2023.03.07 / 1일차)
2. 왓카나이 - 북 방파제 돔과 소야곶 (2023.03.08 / 2일차 - ①)
3. 아사히카와 - 아사히카와 라멘 마을 (2023.03.08 / 2일차 - ②)
4. 삿포로/아사히카와 - 다시 달리기 위한 재충전 (2023.03.09 / 3일차)
5. 호쿠토/마츠모토 - 1,100km를 달리다 (2023.03.10 / 4일차 - ①)
6. 사이타마 - JR 동일본 철도 박물관 (2023.03.10 / 4일차 - ②)
7. 마츠모토 - 마츠모토성 (2023.03.11 / 5일차 - ①)
8. 시오지리 - 오랜 역사의 역참 나라이주쿠 (2023.03.11 / 5일차 - ②)
9. 나가노 - 젠코지(善光寺) (2023.03.11 / 5일차 - ③)
10. 카나자와 - 카나자와성 공원과 오미쵸 시장 (2023.03.12 / 6일차 -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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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요나고 - 침대 특급 선라이즈 이즈모 (2023.03.13 / 7일차 - ①)
13. 쿠라요시 - 우자키 쨩은 놀고 싶어! 무대 탐방① (2023.03.13 / 7일차 -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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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카고시마 - 흑돼지와 시로쿠마 빙수 (2023.03.16 / 10일차 -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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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벳푸 - 교자만 남은 벳푸 일정 (2023.03.17 / 11일차 - ②)
24. 나가사키 - 나가사키로 출발 (2023.03.18 / 12일차 - ①)
25. 나가사키 - 나가사키의 원폭 흔적과 소후쿠지 (2023.03.18 / 12일차 - ②)
26. 나가사키 - 나가사키 차이나 타운과 수변 공원 (2023.03.18 / 12일차 - ③)
27. 쿠마모토 - 산토리 쿠마모토 공장 견학 (2023.03.19 / 13일차 - ①)
28. 쿠마모토 - 쿠마모토성 (2023.03.19 / 13일차 - ②)
29. 쿠마모토 - 스이젠지 조주엔(水前寺成趣園) (2023.03.19 / 13일차 - ③)
30. 타카마츠, 코베 - JR 패스의 마지막 일정 (2023.03.20 / 14일차)
31. 도쿄 - 사신 쨩 드롭킥 무대 탐방 (2023.03.21 / 15일차 -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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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요코하마 - 봇치 더 락! 무대 탐방② (2023.03.22 / 16일차 - ①)
34. 에노시마 - 봇치 더 락! 무대 탐방③ (2023.03.22 / 16일차 - ②)
35. 카마쿠라 - 청춘 돼지 시리즈 무대 탐방① (2023.03.22 / 16일차 - ③)
36. 후지사와 - 청춘 돼지 시리즈 무대 탐방② (2023.03.22 / 16일차 - ④)
37. 사가미하라 - 일본 최대의 자판기 레스토랑 (2023.03.22 / 16일차 -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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