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굉장히 늦은 시간에 숙소에 도착했기에 바로 잠부터 잤다. 일반적인 호텔이 아니라서 늦은 시간에 샤워를 하는 소리도 울릴 테고 민폐일 테니, 대신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샤워하기로 했다.
그렇게 2일차의 아침이 밝았다.
이번에 머무른 곳은 '더 스테이 왓카나이'라는 곳으로, 일본에 몇 군데인가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호스텔이었다.
그냥 일반적인 호텔로 잡을까 했지만 고작 5~6시간 잠만 자고 나올 곳을 찾은 거였기에 6만 원대의 일반적인 관광 호텔 혹은 비즈니스 호텔은 다소 비용이 아쉬운 감이 있었다. 그래서 이곳을 찾게 되었다.
일단 직원들은 오후 10시에 모두 퇴근하기 때문에, 늦은 시간에 체크인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숙소에 미리 연락을 취해야 한다. 그러면 숙박 당일에 현관 비밀번호를 보내주고 셀프 체크인을 하는 형식이다.
숙소에 들어가면 서류 봉투에 숙소 이용에 관한 안내서와 체크인에 필요한 몇몇 서류가 있다. 서류는 작성해서 봉투 안에 그대로 넣어 두고, 방 열쇠와 안내서만 들고 방으로 이동하면 된다.
몇몇 종류의 방이 있는데, 나는 이 방을 골랐다. 다른 곳은 2층 침대거나 해서 이쪽이 조금 더 쾌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나의 방에 4개의 작은 방이 있고 각각의 방은 커튼으로 가려져 있는 구조이다.
원래는 더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는데, 내가 사진 찍는 것도 잊고 그냥 드러누웠다가 다음 날 씻고 대충 정돈하고 찍은 사진이다. 그래서 배스 타월과 페이스 타월은 이미 쓰고 다 쓴 수건함에 넣고 와서 사진에는 없다(...)
각 방마다 콘센트도 다 있으니 전자기기 충전에 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방도 춥지도 않고 나쁘지 않았다.
다만, 코를 고는 사람이 있어서 그건 좀 힘들었다. 프런트 쪽에 귀마개가 비치되어 있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귀마개는 챙기는 게 좋다.
원래는 화장실이나 샤워실 등의 시설도 찍으려고 했는데, 아침에 비몽사몽한 상태로 휴대폰을 두고 나가서 찍는 걸 잊었다. 다시 돌아가서 찍을까도 싶었지만 슬슬 사람들이 돌아다니길래 그만뒀다.
화장실이나 샤워실도 모두 공용 시설이지만 깨끗하고 좋았다.
왓카나이역에 위치한 버스 터미널에서 소야곶까지의 왕복권을 판매하는데, 통상적인 요금보다 약간 저렴하게 판매한다. 그래도 거리가 꽤 되는지라 버스 요금이 만만찮다.
내가 묵었던 숙소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길 건너편에 위치해 있다. 홋카이도 밖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편의점인 세이코마트도 바로 옆에 입점해 있다.
작은 짐은 락커에 보관하면 되고, 기내용 캐리어 이상의 큰 짐은 이렇게 잠금 장치를 이용해서 보관할 수 있다. 벽에 적힌 안내문처럼 이용할 때는 반드시 직원에게 이야기를 한 후 보관하는 게 좋다.
왓카나이라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건축물인 북 방파제 돔. 말 그대로 방파제 기능을 하기 위해 만든 건축물이다.
이게 세워질 당시에는 왓카나이잔교역이라고 해서 왓카나이역과 항구를 잇는 철도 승강장 역할도 했다는 모양이다.
북 방파제 돔은 1936년에 완공되었지만, 현재의 건축물은 1981년에 새로 지어진 것이다. 기존의 건축물은 노후화가 심해 보수 공사로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서 아예 허물고 새로 만든 것이다. 그래서 현재는 그 옛날 왓카나이잔교역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다.
이미 위에서 설명한 내용 거의 그대로라 굳이 딱히 다시 번역하진 않겠다.
설명판 옆으로 계단이 나 있고 올라가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저 벽까지 기어 올라가서 방파제 위까지 오르지는 않는 게 좋다.
이러한 방파제가 세워진 곳인 만큼 바람도 강하게 불고, 까딱 잘못했다가는 여행의 추억을 만들려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가게 될 수도 있다. 출입 금지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면 괜히 세워 놓은 게 아니니 위험한 행동은 하지 말자.
3월에 접어들었지만 최북단인 만큼 차갑고 상쾌한 바람이 불었다. 아침에 산책 삼아 한번 쭉 둘러보기 좋은 것 같다.
그렇게 소야곶으로 가는 버스 시간이 가까워져서 다시 역으로 향했다.
JR 패스를 발급받았다면 이런 자동 발권기를 많이 이용하게 될 것이다. 모든 자동 발권기에 QR 코드 리더기가 달린 것은 아니기에 잘 살펴보고 줄을 서는 게 좋다. 기껏 줄을 섰는데 QR 코드 리더기가 없어서 패스 이용도 못하면 시간이 아까울 테니.
JR 패스 이용자들을 위한 자동 발권기의 상세한 설명이 있는 글은 아래를 참고하면 된다.
어차피 갈 곳은 정해져 있지만 여행 안내소에서 팜플렛도 몇 장 챙겨와서 아침 식사를 먹을 겸 읽기로 했다.
원래는 역내에 있는 카페에서 간단한 경양식을 주문할까 싶기도 했지만, 이왕 홋카이도에 왔으니 세이코마트도 한번 들러야겠다 싶어서 세이코마트로 향했다. 아까 위의 역 버스 터미널이 찍힌 사진에서 버스 터미널 바로 옆에 주황색 간판을 달고 입점해 있다.
네기토로(참다랑어의 살을 발라내고, 뼈에 붙어 있거나 횟감으로 가치가 없는 부분을 한데 모아 다진 것)에 와사비가 들어 있는 테마키즈시가 단돈 100엔(세금 포함 108엔) 샤리(밥)와 김이 따로 포장돼 있기 때문에 김이 눅눅하지 않은 게 큰 장점이었다.
포장지 설명에 나온 대로 비닐을 벗겨서 샤리를 김 끝에 붙여주고, 쫙 펴서 그대로 비닐을 벗겨서 쭉 말아주면 끝.
코를 찌르는 듯한 강렬한 맛이, 이거 서양겨자무(홀스래디시) 함량이 엄청나게 높은 그 맛이구나 싶었다. 그래도 참치는 참치니까 맛은 있었다.
세이코마트 바로 앞에 1번 승강장이 있고, 소야곶을 가는 버스는 이곳에 정차하기에 버스 시간이 되면 이쪽으로 오면 된다. 이전에도 몇 번인가 소개했지만, 일본의 버스 대다수는 뒷문으로 승차해서 앞문으로 하차한다.
이때 탄 곳에 따라 요금이 다 다르기에 승차할 때 정리권(숫자가 적힌 종이표)을 뽑고, 버스 맨앞의 전광판에 적힌 숫자와 정리권에 적힌 숫자를 보고 내릴 때 해당 숫자에 맞는 요금을 내고 하차하면 된다.
일본의 버스는 거스름돈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하차할 때 요금통 옆에 붙어 있는 지폐/동전 교환기를 통해 잔돈을 미리 바꾸어 놔야 한다.
혹시 모르니 버스 행선판은 꼭 확인해서 목적지가 맞는지, 방향은 맞는지 확인하자. 왓카나이역 앞 터미널(稚内駅前ターミナル) → 소야곶(宗谷岬) 이라고 되어 있으니 이 버스가 맞다.
내릴 때는 아까 위에서 구매한 왕복권 티켓 한 장을 끊어서 기사님께 드리고 하차하면 된다.
하필이면 이날 비가 왔다.
원래대로라면 40분 동안 여유롭게 돌 수 있었겠지만, 비 때문에 사진 하나 찍는 것도 일이었다.
다들 여기서 사진 한 장씩 찍어 가더라.
사실 누군지는 잘 모르지만 일단 동상이 있으니 찍고 보는 것.
빗방울이 너무 많이 떨어지길래 그냥 급하게 우산을 구매했는데, 해안가의 강풍에는 도저히 견디지 못했다. 산 지 5분 만에 살이 휘어 버렸다.
기념품 가게 앞에서는 바람이 그다지 세지 않았는데, 거기서 조금만 벗어나니까 거의 태풍에 준하는 미친 강풍이 불더라(...)
그렇게 우산은 산 지 10분도 안 되어 처참한 꼴이 되어 버렸다. 나야 비 오는 날 바닷가에 갈 일이 없었으니 이 정도일 줄은 도저히 상상도 못했는데 거의 그야말로 태풍급이었다(...)
작살 난 우산을 버릴 곳도 없길래 가져가니까 자기네도 어떻게 못 한다고(...)
뭐 시내의 재활용 센터에 가져가라고 하던데 위치도 좀 이상한 곳에 있고 해서 어찌하나 싶다가 내가 작살 난 우산을 잘 감싸서 챙겨가려고 하니까 40L 쓰레기 봉투 한 장을 80엔에 주더라.
솔직히 이 정도였으면 우산을 구매하려고 할 때 만류하고 차라리 우비를 권해야 맞지 않았을까. 작살 난 우산 들고 가니 자기네도 바람이 세서 우산 안 쓴다고 하던데, 그런 줄 알았으면 우산을 팔지 말고 우비를 팔았어야지. 상당히 배신감이 들었다.
여기에 담아서 주유소 옆에 있는 쓰레기 수거함에 넣고 왔다. 솔직히 좀 짜증이 나긴 했다.
이건 최북단 비석의 반대 방향의 언덕에 위치한 공원이다. 거리상으로는 엄청 가까워서 40분밖에 여유가 없어도 여기까지 충분히 돌 만하다.
근데 홋카이도는 이 시기에도 눈이 녹지를 않아서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이 굉장히 위험하다. 눈이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면서 엄청 미끄러운 상태가 되어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1983년에 소련의 전투기 조종사가 대한항공의 007편을 격추해서 26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을 추모하기 위한 비석도 세워져 있다.
당시 항공기에는 한국인, 미국인, 일본인 순으로 탑승객이 많았고, 비행기가 추락한 사할린에서 가장 가까운 왓카나이 최북단인 소야곶에 이런 추모 공간이 만들어졌다.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무고한 민간인들을 아무렇지 않게 죽여대는 극악무도한 러시아 놈들. 소련이 붕괴하고 러시아 간판으로 바꿔 달았지만 역시 본질은 똑같은가 보다.
위에서 설명한 내용이 그대로 적혀져 있다.
잔디가 물을 듬뿍 머금어서 발을 디딘 곳마다 찰방찰방거렸다. 더 뒤로 가서 찍으려고 했는데, 그쪽은 아예 물웅덩이가 고여 있어서(...)
사진에서는 빗방울이 별로 안 보이는데, 계속 비도 맞고 몸도 무겁고 하다 보니까 저기에 올라갈 생각이 들지 않아 사진만 찍었다.
이때까지 박살이 난 우산을 계속 질질 끌고 다녔었다. 박살이 난 우산을 비로소 버리게 된 건 볼 것을 다 보고 우산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심 끝에 기념품 가게에 다시 들렀을 때였다.
그렇게 소야곶을 한 바퀴 쭉 둘러본 후에 버스 정류장 앞의 대합실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왓카나이역까지 타고 돌아갔다.
날씨가 좋지 않았음에도 40분 동안 싹 돌아볼 수 있을 정도였으니, 날씨가 좋은 날에 온다면 여유롭지 않을까 싶다.
왓카나이에서 아사히카와로 향하기 전에 도시락 가게에 들렀다. 왓카나이역 부근에서 타베로그 평점이 꽤 괜찮은 가게였다.
도시락 구성도 다 괜찮고 무엇보다도 가격도 좋았다. 왓카나이역 쪽에도 에키벤을 팔지만 확실히 이쪽으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뉴도 굉장히 많아서 뭘 주문해야 좋을까 고민이 된다.
이쪽도 구성을 생각하면 참 괜찮은 가격.
그렇게 무얼 살까 고민하다가 역시 가게 이름이 들어간 마르셰 마쿠노우치, 카라아게(S 사이즈), 녹차를 주문해서 역으로 향했다.
이곳은 자동 개찰구가 없어서 열차 시간이 되면 역무원이 나와서 일일이 수동 검표를 한다. 근데 개찰구 위의 모니터에 뭔가 빼곡히 적혀 있어서 자세히 들여다 보니
아뿔싸.
JR 홋카이도는 심심찮게 지연을 먹는다고 하고 실제로 전날에도 지연을 먹고 도착했는데 떠나는 날에는 30분의 지연이 발생해 버렸다.
근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종적으로는 40분인가 50분 지연이 됐다. 역에 도착하고도 시간이 남아서 어쩔 수 없이 역이라도 둘러보기로 했다. 이날의 사진이 50장이 넘어가서 이날의 남은 일정은 다음 글에서 쓸 예정이다.
3년 만의 일본 여행 (2023.03.07 ~ 2023.03.24)
1. 삿포로/왓카나이 - 일본의 최북단으로 출발 (2023.03.07 / 1일차)
2. 왓카나이 - 북 방파제 돔과 소야곶 (2023.03.08 / 2일차 - ①)
3. 아사히카와 - 아사히카와 라멘 마을 (2023.03.08 / 2일차 - ②)
4. 삿포로/아사히카와 - 다시 달리기 위한 재충전 (2023.03.09 / 3일차)
5. 호쿠토/마츠모토 - 1,100km를 달리다 (2023.03.10 / 4일차 - ①)
6. 사이타마 - JR 동일본 철도 박물관 (2023.03.10 / 4일차 - ②)
7. 마츠모토 - 마츠모토성 (2023.03.11 / 5일차 - ①)
8. 시오지리 - 오랜 역사의 역참 나라이주쿠 (2023.03.11 / 5일차 - ②)
9. 나가노 - 젠코지(善光寺) (2023.03.11 / 5일차 - ③)
10. 카나자와 - 카나자와성 공원과 오미쵸 시장 (2023.03.12 / 6일차 - ①)
11. 카나자와 - 켄로쿠엔, 오야마 신사, 나가마치 (2023.03.12 / 6일차 - ②)
12. 요나고 - 침대 특급 선라이즈 이즈모 (2023.03.13 / 7일차 - ①)
13. 쿠라요시 - 우자키 쨩은 놀고 싶어! 무대 탐방① (2023.03.13 / 7일차 - ②)
14. 쿠라요시 - 원형 극장 피규어 뮤지엄 (2023.03.13 / 7일차 - ③)
15. 톳토리 - 톳토리 사구 (2023.03.14 / 8일차 - ①)
16. 톳토리 - 우자키 쨩은 놀고 싶어! 무대 탐방② (2023.03.14 / 8일차 - ②)
17. 오사카 - 오사카로 출발 (2023.03.14 / 8일차 - ③)
18. 나라/오사카/후쿠오카 - 나라 사슴 공원과 만제 돈카츠 (2023.03.15 / 9일차)
19. 아시키타 - 큐슈 신칸센과 히사츠 오렌지 철도 (2023.03.16 / 10일차 - ①)
20. 아시키타 - 방과 후 제방 일지 무대 탐방 (2023.03.16 / 10일차 - ②)
21. 카고시마 - 흑돼지와 시로쿠마 빙수 (2023.03.16 / 10일차 - ③)
22. 이토시마 - 드라이브 인 토리 이토시마점 (2023.03.17 / 11일차 - ①)
23. 벳푸 - 교자만 남은 벳푸 일정 (2023.03.17 / 11일차 - ②)
24. 나가사키 - 나가사키로 출발 (2023.03.18 / 12일차 - ①)
25. 나가사키 - 나가사키의 원폭 흔적과 소후쿠지 (2023.03.18 / 12일차 - ②)
26. 나가사키 - 나가사키 차이나 타운과 수변 공원 (2023.03.18 / 12일차 - ③)
27. 쿠마모토 - 산토리 쿠마모토 공장 견학 (2023.03.19 / 13일차 - ①)
28. 쿠마모토 - 쿠마모토성 (2023.03.19 / 13일차 - ②)
29. 쿠마모토 - 스이젠지 조주엔(水前寺成趣園) (2023.03.19 / 13일차 - ③)
30. 타카마츠, 코베 - JR 패스의 마지막 일정 (2023.03.20 / 14일차)
31. 도쿄 - 사신 쨩 드롭킥 무대 탐방 (2023.03.21 / 15일차 - ①)
32. 도쿄 - 봇치 더 락! 무대 탐방① (2023.03.21 / 15일차 - ②)
33. 요코하마 - 봇치 더 락! 무대 탐방② (2023.03.22 / 16일차 - ①)
34. 에노시마 - 봇치 더 락! 무대 탐방③ (2023.03.22 / 16일차 - ②)
35. 카마쿠라 - 청춘 돼지 시리즈 무대 탐방① (2023.03.22 / 16일차 - ③)
36. 후지사와 - 청춘 돼지 시리즈 무대 탐방② (2023.03.22 / 16일차 - ④)
37. 사가미하라 - 일본 최대의 자판기 레스토랑 (2023.03.22 / 16일차 -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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