톳토리 일정을 진행하면서 최소한 2박 3일에 여유가 있다면 3박 4일 정도는 투자해야 한다고 느꼈다. 당장 요나고 일정에서도 결국 선라이즈 이즈모의 지연 때문에 미즈키 시게루 로드 일정을 포기했는데, 톳토리시에서의 일정도 생각보다 꽤 하드한 편이어서 어느 정도 타협하게 됐다.
오전 7시에 기상한 것도 아니고, 오전 7시에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긴 뒤 출발했다. 마침 버스 시간도 아슬아슬해서 급하게 뛰어온다고 사진도 싸그리 생략됐다.
톳토리역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아지로(網代)에서 내려서 급하게 카모가이소 전망대(鴨ヶ磯展望所)를 향했다.
버스 정류장에는 8시 8분 무렵에 도착했으니, 올라가는 데 16분 내려오는 데 16분에 사진 찍는 시간 10분 정도를 고려하면 9시 5분에 톳토리 사구 쪽으로 가는 버스까지 여유가 있을 거라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단단히 잘못된 생각이었다.
위의 사진에서 마을 구간은 그다지 경사가 심하지 않은 오르막이었고 이때만 해도 아주 가벼운 발걸음으로 왔는데, 마을 구간이 끝나자마자 미친 경사의 오르막길이 튀어나왔다.
사진으로는 확 와 닿지 않는데, 느낌으로는 거의 계단보다도 더 경사가 급한 수준이 아니었나 싶었다. 그리고 이때 문득 이렇게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가려던 곳이 전망대였지.'
구글 지도에서 준비할 때만 해도 이런 생각을 못 했었다. '그냥 구글에서 도보로 16분 걸린다고 하니까 16분 걸리겠지.'라고 생각했으나, 이게 잘못된 거였다.
요즘은 고저차도 고려해서 거리 계산이 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대략적인 계산이기에 결국 실제와는 좀 차이가 있는 편이다. 그래서 평지가 아닌 산길은 이 점을 고려해서 좀 더 널널하게 시간을 잡아야 했는데 그저 평지처럼 똑같이 생각하고 와 버린 것이다.
거기에 평지에서 5km/h로 걷는다 해도 이렇게 경사가 심한 곳에 오면 3km/h로 걷기도 벅차다 보니 훨씬 느려질 수밖에 없다. 근데 구글 맵에서는 1.1km를 16분에 간다고 적어 놨으니 4km/h가 넘는 속도인 셈(...)
거기에 왜 착각했는지 모르겠는데, 사실은 카모가이소 전망대가 아니라 시라와라 전망대(城原展望所)로 가야 했다. 이것도 카모가이소 전망대에 도착하고나서야 깨달았다.
덕분에 안 그래도 모자라는 시간에 거의 뛰듯이 다시 시라와라 전망대로 향했다. 그렇게 시라와라 전망대에 도착한 시간이 8시 38분 무렵.
고저차를 감안하면 2.2km보다 좀 더 길었겠지만, 다행히도 중간 무렵부터는 그렇게 경사가 심하지 않았기에 어찌저찌 30분 만에 도착했다.
아마도 한 칸 옆이 더 정확할 텐데, 후반에는 거의 뛰듯이 왔기 때문에 힘들어서 제대로 확인도 못했다.
겨우 세 장 찍으려고 이 고생을 하다니(...)
이것도 좀 더 오른쪽으로 이동한 뒤에 바다가 더 많이 보이도록 찍어야 했는데, 이것 역시 다시 확인할 겨를도 없었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 나서 시간을 확인하니 8시 43분이었다. 오는 데 30분 걸린 길을 22분 만에 다시 되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아찔해졌는데, 요나고에 이어 이날까지 일정을 망가뜨릴 순 없다고 생각해서 겨우겨우 버스 시간에 맞춰 왔다. 평소 같았으면 이것저것 추가로 더 사진을 찍었겠지만, 이때는 단 몇 초도 여유가 없어서 정말 그냥 앞만 보고 묵묵히 갔었다.
대충 산길임을 감안했을 때 왕복으로 5km 정도는 됐을 듯한데 그걸 50분 만에 갔다 왔으니 본의 아니게 아침부터 엄청나게 운동을 해 버린 셈. 이곳의 무대 탐방 일정을 잡는다면 2시간의 여유를 두고 천천히 다녀오거나, 아예 렌터카를 타고 편하게 다녀올 것을 추천한다.
발바닥에 불이 붙을 정도로 열심히 걷고, 20분 정도 버스를 타고 다시 톳토리 사구에 도착했다.
여기서 다시 또 1km 가량 걸어간 건 덤.
사큐히가시구치 정류장에서 내려서 약 1km를 걸어서 톳토리 사구 센터 앞에 도착.
동서로 16km, 남북으로 2km에 걸쳐 있다는 설명이 있긴 한데, 이는 사구가 포함된 해안 전체를 다 천연기념물 구역으로 잡았다는 설명이다. 관광객들이 주로 들르는 사구는 가로로 1.5km, 세로로 1km 정도 된다. (약 146ha의 면적)
사구 입구의 계단.
진짜 사막을 연상케하는 제법 큰 모래 언덕이 보인다. 저 우뚝 솟은 모래 언덕을 우마노세(馬の背)라고 부른다.
태어나서 이보다 넓은 모래밭을 본 적이 없어서 신기했다.
저 모래 언덕 앞에는 마치 오아시스라도 되는 것마냥 물웅덩이가 있다.
이름을 검색해 봐도 한국명으로는 안 나오는 걸 보면 한국에는 서식하지 않는 종류인 듯하다. 아무튼 이 모래밭에서도 다소 습한 곳에서만 서식하는 모양이다.
뚫어지게 쳐다봤지만 바깥으로는 잘 나오지 않는지 한 마리도 못 찾았다.
엄청 얕은 물이다.
증발하지도 않고 이렇게 계속 고여 있는 것도 마냥 신기할 따름이다.
한 30분 전에 그렇게 개고생을 했는데 여길 또 올라야 하나 싶은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저 사진에 조그맣게 점처럼 보이는 게 사람이다. 이래 보여도 여기도 꽤 높다. 한 50m 정도 된다고 한다. 다만, 아까 오아시스처럼 생긴 데에서는 한 30~35m 정도 올라오지 않았나 싶다.
그림상으로 보면 저 멀리 사람들 있는 곳까지 걸어가야 할 것 같긴 했는데, 모래밭이라 속도도 잘 안 나고 남은 일정이 바빠 그냥 이쯤에서 만족했다.
나는 마음이 급해서 그냥 이쪽으로 쭉 올라왔는데, 사실 뒷편으로 완만한 경사도 있다. 여유가 있다면 그쪽으로 올라오는 게 덜 힘들고 낫다.
평일이라 사람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지만 드문드문 찾아온다.
왼쪽 끝자락으로 보이는 게 완만한 경사다. 저쪽으로 올라오면 별로 안 힘들다. 그리고 사구에서 나올 때 당연히 신발 속으로 모래가 왕창 들어갔는데, 이게 결국 뒤에 가서 문제를 일으켰다.
이때만 해도 그냥 많이 걸어서 발이 아픈 건가 싶었는데, 턴다고 털었던 고운 입자의 모래가 완전히 털리지 않고 신발에 남아서 양말 속으로 들어가고 이게 계속 마찰이 되다 보니 결국 물집이 생기는 데 일조해 버렸다. 이건 일정이 다 끝나고 오사카에 도착하고서야 깨닫게 됐다.
안 그래도 아침부터 너무 격렬하게 운동(?)을 해서 시원하고 달달한 게 당겼는데, 마침 배맛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판다고 해서 냉큼 들어왔다.
자연스러운 배맛이라기보다는 좀 인공적인 배맛. 탱크보이나 갈아만든 배를 생각했지만 그거하고는 좀 결이 다르다.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그러고 보니 아까 사구에서 나올 때 낙타를 봤는데, 이렇게 관광객들이 와서 타고 체험하는 관광 상품이었나 보다.
다시 버스를 타고 십여 분을 달려서 톳토리역에 도착했고, 바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일본도 근래 들어 인플레이션 직격타를 맞았음에도 톳토리현은 뭔가 많이 저렴하다. 첫날 요나고에서 들렀던 카레집도 굉장히 저렴했는데, 이곳의 점심 식사도 하나같이 저렴했다.
왕새우튀김 정식, 굴 튀김 정식, 카라아게 정식, 고등어구이 정식, 치킨남반 정식 모두 800엔. 각 메인이랑 밥, 절임 반찬, 바지락 미소시루로 구성된다.
전갱이 튀김 정식, 믹스 후라이 정식, 부타 쇼가야키 정식, 소갈비 정식, 토리텐 정식, 토리텐 텐동 모두 800엔.
주문은 가게 내에 비치된 태블릿으로 하면 된다.
구성은 다음과 같다.
· 전갱이 튀김(あじフライ) 1개
· 굴 튀김(カキフライ) 2개
· 왕새우튀김(大エビフライ) 1개
· 샐러드
· 절임 반찬
· 킨피라고보(きんぴらごぼう)
· 밥
· 바지락 미소시루
가격과 구성과 맛 모두 흠 잡을 데가 전혀 없었다. 가까운 데에 이런 가게가 있다면 매일 다니고 싶을 정도. 점심도 이렇게 만족스러운데 본격적으로 장사하는 저녁 때는 어떨까 궁금했다. 톳토리에서 하루만 더 묵었어도 저녁도 여기에서 먹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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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수산 선어부 (村上水産 鮮魚部)
맛 : ★★★★☆ (매우 좋음)
CP : ★★★★★ (최고)
주소 : 鳥取県鳥取市永楽温泉町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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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역으로 향했다.
이번 행선지는 버스가 워낙 뜸해서 열차를 타야 하는데, 열차를 타고도 다시 30분 이상을 또 걸어가야 한다(...)
치즈 급행선을 경유하기 때문에 JR 패스로도 추가 요금을 내야 하는 슈퍼 하쿠토. 대신에 산인 본선으로만 타고 돌아가는 것보다는 1시간 이상 빠르다.
이번에 탈 열차는 이거였다.
쿠라요시로 다시 갈 건 아니고, 톳토리역에서 시모노세키 방면으로 세 번째 역인 스에츠네역까지 가야 한다. 척 봐도 오래된 열차인데 이런 게 아직까지 굴러가다니 그저 신기할 따름.
이쪽에도 노선상에 무인역이 꽤 많기 때문에 요금함과 동전 교환기가 있다.
버튼식 출입문은 자동 개찰구 혹은 역무원이 있는 역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무인역에서는 무조건 운전사가 있는 맨 앞 차량의 첫 번째 문으로 가야 한다.
내리고자 하는 역이 무인역이면 정리권이 필요하다.
오래된 열차 느낌이 물씬 풍기는 좌석.
아마도 열차에 에어컨이 있긴 있을 건데, 요즘 같은 형태의 에어컨이 아니라서 공기 순환을 위해 선풍기가 필요하다. 한국에서 천장에 선풍기가 달린 건 2000년 전후로 통근 열차에서 본 게 마지막인가(...)
그렇게 정말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무인역인 스에츠네역에 내렸다. 이때가 이번 일정 중에 아마 처음으로 무인역에서 내렸던 때로 기억한다.
이때 하차하면서 JR 패스도 제시를 안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운전사가 내가 요금함에 이미 요금을 넣었다고 생각한 건지 그냥 아무 말도 안 하고 열차가 떠나 버렸다(...) 그래서 혹시나 자동 개찰구가 있는 역인가 싶어서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한 일본인 아저씨한테 여긴 개찰구 없는 무인역 맞는 거냐고 물어보는 걸 시작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됐다.
여기 절반까지 같이 길을 걸어오면서 대화를 나눴는데, 처음에는 여기 근처에서 사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오사카에서 여행을 왔다고. 이제는 은퇴를 하고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는 분인 듯했다.
그렇게 대화를 하면서 가다 보니 금방 하쿠토 해안 쪽에 도착했고, 다시 '우자키 쨩은 놀고 싶어!'의 무대 탐방 일정이 시작되었다.
이제 막 점심을 먹고 나와서 8일차 일정이 한창인데도 벌써 12km 이상 걸은 모양이었다. 뭐 사실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계속 돌아다니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하기도 하고(...)
3년 만의 일본 여행 (2023.03.07 ~ 2023.03.24)
1. 삿포로/왓카나이 - 일본의 최북단으로 출발 (2023.03.07 / 1일차)
2. 왓카나이 - 북 방파제 돔과 소야곶 (2023.03.08 / 2일차 - ①)
3. 아사히카와 - 아사히카와 라멘 마을 (2023.03.08 / 2일차 - ②)
4. 삿포로/아사히카와 - 다시 달리기 위한 재충전 (2023.03.09 / 3일차)
5. 호쿠토/마츠모토 - 1,100km를 달리다 (2023.03.10 / 4일차 - ①)
6. 사이타마 - JR 동일본 철도 박물관 (2023.03.10 / 4일차 - ②)
7. 마츠모토 - 마츠모토성 (2023.03.11 / 5일차 - ①)
8. 시오지리 - 오랜 역사의 역참 나라이주쿠 (2023.03.11 / 5일차 - ②)
9. 나가노 - 젠코지(善光寺) (2023.03.11 / 5일차 - ③)
10. 카나자와 - 카나자와성 공원과 오미쵸 시장 (2023.03.12 / 6일차 - ①)
11. 카나자와 - 켄로쿠엔, 오야마 신사, 나가마치 (2023.03.12 / 6일차 - ②)
12. 요나고 - 침대 특급 선라이즈 이즈모 (2023.03.13 / 7일차 - ①)
13. 쿠라요시 - 우자키 쨩은 놀고 싶어! 무대 탐방① (2023.03.13 / 7일차 - ②)
14. 쿠라요시 - 원형 극장 피규어 뮤지엄 (2023.03.13 / 7일차 - ③)
15. 톳토리 - 톳토리 사구 (2023.03.14 / 8일차 - ①)
16. 톳토리 - 우자키 쨩은 놀고 싶어! 무대 탐방② (2023.03.14 / 8일차 - ②)
17. 오사카 - 오사카로 출발 (2023.03.14 / 8일차 - ③)
18. 나라/오사카/후쿠오카 - 나라 사슴 공원과 만제 돈카츠 (2023.03.15 / 9일차)
19. 아시키타 - 큐슈 신칸센과 히사츠 오렌지 철도 (2023.03.16 / 10일차 - ①)
20. 아시키타 - 방과 후 제방 일지 무대 탐방 (2023.03.16 / 10일차 - ②)
21. 카고시마 - 흑돼지와 시로쿠마 빙수 (2023.03.16 / 10일차 - ③)
22. 이토시마 - 드라이브 인 토리 이토시마점 (2023.03.17 / 11일차 - ①)
23. 벳푸 - 교자만 남은 벳푸 일정 (2023.03.17 / 11일차 - ②)
24. 나가사키 - 나가사키로 출발 (2023.03.18 / 12일차 - ①)
25. 나가사키 - 나가사키의 원폭 흔적과 소후쿠지 (2023.03.18 / 12일차 - ②)
26. 나가사키 - 나가사키 차이나 타운과 수변 공원 (2023.03.18 / 12일차 - ③)
27. 쿠마모토 - 산토리 쿠마모토 공장 견학 (2023.03.19 / 13일차 - ①)
28. 쿠마모토 - 쿠마모토성 (2023.03.19 / 13일차 - ②)
29. 쿠마모토 - 스이젠지 조주엔(水前寺成趣園) (2023.03.19 / 13일차 - ③)
30. 타카마츠, 코베 - JR 패스의 마지막 일정 (2023.03.20 / 14일차)
31. 도쿄 - 사신 쨩 드롭킥 무대 탐방 (2023.03.21 / 15일차 - ①)
32. 도쿄 - 봇치 더 락! 무대 탐방① (2023.03.21 / 15일차 - ②)
33. 요코하마 - 봇치 더 락! 무대 탐방② (2023.03.22 / 16일차 - ①)
34. 에노시마 - 봇치 더 락! 무대 탐방③ (2023.03.22 / 16일차 - ②)
35. 카마쿠라 - 청춘 돼지 시리즈 무대 탐방① (2023.03.22 / 16일차 - ③)
36. 후지사와 - 청춘 돼지 시리즈 무대 탐방② (2023.03.22 / 16일차 - ④)
37. 사가미하라 - 일본 최대의 자판기 레스토랑 (2023.03.22 / 16일차 -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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