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일정은 쿠마모토현의 아시키타마치에서 무대 탐방을 하기로 했다. 보통 무대 탐방이라고 하면 직접 자료를 모아서 지도로 만든 후에 다녀오는데, 이때는 일본의 한 블로거가 만들어 놓은 지도가 있어서 그걸 그대로 이용하기로 했다.
실제로 애니메이션에 실재하는 장소가 많이 반영돼 있어서 비교해 보면서 둘러보기 좋은 편이다.
사시키역도 성지화되어서 역 내부엔 방과 후 제방 일지로 가득하다.
영 챔피언 레츠는 청년지라 다소 수위가 높은 만화도 연재된다. 성기 묘사만 없고 상체는 노출된 채 행위가 적나라하게 나오는 작품이라든가(...) 방과 후 제방 일지는 아주 순한(?) 편에 속하는 작품이다.
히사츠 오렌지 철도와의 콜라보.
애니메이션을 통해 낚시를 좋아하게 된 사람들을 위한 굿즈도 있다.
굿스마일 컴퍼니에서 제작한 넨도로이드도 전시돼 있고.
각종 아크릴 피규어도 전시돼 있다.
어째선지 아크릴 바닥에 금이 가 있는 듯한데(...)
하필 이 시기가 코로나가 터져서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하던 시기였던 터라, 방영 후 3년 만에 찾아오게 됐다.
주연 5인방을 연기한 성우들의 사인.
벽에는 원작 코믹스의 일부분도 걸려 있다.
그렇게 무대 탐방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긴 했는데, 사진을 찍다 보니까 묘하게 뭔가 좀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걸 제작한 사람의 블로그에서 대표적인 것만 골라서 지도에 반영해서 지도에는 실제로 찍어야 할 분량의 20~25% 수준밖에 없다는 거였다.
뒤늦게 블로그를 확인하고 계획 변경을 검토했지만, 이제 와서 나머지 사진을 추가하고 일일이 찍기에는 시간적으로도 힘들고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즉석에서 구체적인 위치를 찾는 것도 힘들 듯해서 그냥 지도에 올라와 있는 사진만 찍기로 했다.
대충 사시키역부터 우미노우라역까지 10km 정도의 코스를 차례로 돌면서 찍었다. 원래는 사시키역에서 동쪽으로도 찍을 곳이 있긴 했는데, 거기까지 돌면 도저히 3시간 안에는 시간을 못 맞출 듯해서 그쪽은 과감히 포기했다.
차마 도로로 나가서 찍을 수는 없어서 (...)
여긴 제법 괜찮은 풍경의 해변이 많다. 아니, 그냥 이 일대가 쭉 해안이긴 한데 제법 풍경들이 좋다.
여기까지 오면서 이 일정은 최소한 5시간 정도는 잡고 돌았어야 했다고 느꼈다. 일단 찍을 사진 분량이 생각보다 적어서 3시간으로 맞춰지긴 했는데, 애초에 직접 사진을 모아서 지도를 만들었으면 좀 더 알차게 진행할 수 있지 않았을까.
여기 오기 전에 도무지 화장실이 없을 것 같아서 그냥 페리 선착장 쪽에서 화장실을 빌렸는데, 이쪽이 아마 해산물 직판장인가 그랬을 거다. (みやもと海産物 売店)
이쪽에는 휴게 공간도 있고 자판기도 설치돼 있으니 가다가 잠깐 쉰다면 이곳에서 쉬면 된다.
삿포로의 프리미엄 맥주인 에비스의 그 에비스가 맞다. 어업의 신이라고 한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거나 지역 주민에게 폐가 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거나 위험한 행위를 하지 않는다거나 치어는 방생해 준다거나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이다.
당연하지만 학교의 부실 같은 게 아니라, 이 근처 어부들이 창고로 쓰는 건물이라고 한다.
역시 안쪽에는 어업에 필요한 도구들로 채워져 있다.
길가에 조그맣게 테이블과 벤치가 있어서 잠깐 쉬다가 갔다. 물집이 잡힐 만큼 돌아다녔다는 것 자체가 이미 행군 수준(...)으로 돌아다녔다는 얘기도 되고, 당연히 10일차까지 왔으니 발 뒤꿈치가 아주 깨질듯이 아프긴 했다.
이래서 중간에 좀 쉬는 일정을 넣거나 어느 정도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아직 3월 중순인데도 벌써부터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해수욕장에서의 사진까지 찍고 우미노우라역까지 3km는 그냥 쭉 걸어갔다. 중간에 좀 쉬면서 발을 풀어준 것도 있었고 해서 다소 시간이 빠듯하게 남았었는데...
아뿔싸.
하필이면 해수욕장에서부터 우미노우라역까지 가는 길은 또 무슨 언덕의 연속이었다. 지금까지 쭉 거의 평지나 다름없었던 거와는 상반되는 오르락내리락 정신없는 롤러코스터.
아무리 발에 티눈 밴드 같은 걸 붙여서 물집을 터뜨린 부분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였다고는 해도 갑자기 언덕이 여러 개 나오니 정신이 까마득해졌다. 당연히 발의 피로도도 급상승했고 이상하게 점점 오른발의 물집 부분의 통증도 심해져 갔다.
그리고 지도상에 표시된 우미노우라 지점은 무대 탐방용 지도에서 사진을 찍을 장소를 지정해 준 거라 실제 가야 할 곳과는 달랐다. 위의 사진처럼 우미노우라역 근처에 도착하니 웬 절벽만 보이고 역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바로 위의 지도 사진에서 점선으로 이동한 게 내가 갔던 길이고, 원래는 파란색이나 빨간색으로 갔어야 했다.
당연히 길이 없으니 절벽 같은 곳만 보이고 점점 열차 시간은 가까워져 가고 이거 잘못하면 일정 꼬이겠다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하는 수 없이 최대한 절벽 가까이라도 가서 어떻게든 기어올라서라도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길을 쭉 올라갔는데 이렇게 좁은 샛길이 하나 나 있었다.
그렇게 작은 도랑을 건너고 나니,
바로 철로가 나왔다.
원래 이쪽으로 들어가는 길은 아니겠으나, 어차피 열차가 워낙 뜸하게 다니는 곳이라 그냥 횡단하기로 했다. 아마 저 길도 그런 용도로 만든 것일 테고.
좌우를 살피고 재빠르게 건넜다.
문득 6년 전에 쿠레선에서 방향도 착각하고 반대편으로 건너는 통로가 있는 것도 몰라서 크게 빙 돌다가 열차를 놓쳤던 때가 떠올라서 엄청 조급해했지만 이번에는 다행히 열차를 놓치지 않았다.
이 역은 단선 승강장이기 때문에 오는 열차의 방향을 잘 봐야 한다. 상행, 하행이 모두 똑같이 정차하기 때문에 잘못했다가는 반대 방향으로 가 버린다.
그렇게 앉아서 잠깐 오른발의 상태를 확인했는데, 너무 미친듯이 걸어다닌 탓인지 열 때문에 티눈용 밴드의 접착 성분이 녹아서 밴드가 환부에서 좀 밀려난 데다 접착 성분이 양말에까지 옮겨 붙었었다.
이 때문에 물집을 터뜨렸던 곳의 일부가 노출되고 양말에 마찰된 탓에 아픈 거였다. 일정 초반만 해도 꽤 괜찮은 응급처치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미친듯이 돌아다니면 답이 없다.
1시간에 1대가 겨우 지날 정도이기 때문에 열차 하나를 놓치면 그대로 역에서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다시 사시키역을 지나 신미나마타(新水俣)역으로 향했다.
이번 무대 탐방 일정은 일단 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워낙 준비할 게 많아서 이 정도는 그냥 남이 만든 걸로 편하게 다녀와야지 싶었는데, 생각보다 자료의 양이 너무 적어서 무대 탐방에 충실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만일 기회가 된다면 아시키타는 다시 방문하지 않을까 싶다. 그때는 좀 더 많은 시간을 할당해서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돌지 않을까 싶다.
일단은 10월 즈음에 다시 일본 전국 여행차 큐슈도 다시 올 생각이긴 한데, 그때 일정을 조율해서 시간이 된다면 다시 방문하는 걸로 해야겠다.
3년 만의 일본 여행 (2023.03.07 ~ 2023.03.24)
1. 삿포로/왓카나이 - 일본의 최북단으로 출발 (2023.03.07 / 1일차)
2. 왓카나이 - 북 방파제 돔과 소야곶 (2023.03.08 / 2일차 - ①)
3. 아사히카와 - 아사히카와 라멘 마을 (2023.03.08 / 2일차 - ②)
4. 삿포로/아사히카와 - 다시 달리기 위한 재충전 (2023.03.09 / 3일차)
5. 호쿠토/마츠모토 - 1,100km를 달리다 (2023.03.10 / 4일차 - ①)
6. 사이타마 - JR 동일본 철도 박물관 (2023.03.10 / 4일차 - ②)
7. 마츠모토 - 마츠모토성 (2023.03.11 / 5일차 - ①)
8. 시오지리 - 오랜 역사의 역참 나라이주쿠 (2023.03.11 / 5일차 - ②)
9. 나가노 - 젠코지(善光寺) (2023.03.11 / 5일차 - ③)
10. 카나자와 - 카나자와성 공원과 오미쵸 시장 (2023.03.12 / 6일차 - ①)
11. 카나자와 - 켄로쿠엔, 오야마 신사, 나가마치 (2023.03.12 / 6일차 - ②)
12. 요나고 - 침대 특급 선라이즈 이즈모 (2023.03.13 / 7일차 - ①)
13. 쿠라요시 - 우자키 쨩은 놀고 싶어! 무대 탐방① (2023.03.13 / 7일차 - ②)
14. 쿠라요시 - 원형 극장 피규어 뮤지엄 (2023.03.13 / 7일차 - ③)
15. 톳토리 - 톳토리 사구 (2023.03.14 / 8일차 - ①)
16. 톳토리 - 우자키 쨩은 놀고 싶어! 무대 탐방② (2023.03.14 / 8일차 - ②)
17. 오사카 - 오사카로 출발 (2023.03.14 / 8일차 - ③)
18. 나라/오사카/후쿠오카 - 나라 사슴 공원과 만제 돈카츠 (2023.03.15 / 9일차)
19. 아시키타 - 큐슈 신칸센과 히사츠 오렌지 철도 (2023.03.16 / 10일차 - ①)
20. 아시키타 - 방과 후 제방 일지 무대 탐방 (2023.03.16 / 10일차 - ②)
21. 카고시마 - 흑돼지와 시로쿠마 빙수 (2023.03.16 / 10일차 - ③)
22. 이토시마 - 드라이브 인 토리 이토시마점 (2023.03.17 / 11일차 - ①)
23. 벳푸 - 교자만 남은 벳푸 일정 (2023.03.17 / 11일차 - ②)
24. 나가사키 - 나가사키로 출발 (2023.03.18 / 12일차 - ①)
25. 나가사키 - 나가사키의 원폭 흔적과 소후쿠지 (2023.03.18 / 12일차 - ②)
26. 나가사키 - 나가사키 차이나 타운과 수변 공원 (2023.03.18 / 12일차 - ③)
27. 쿠마모토 - 산토리 쿠마모토 공장 견학 (2023.03.19 / 13일차 - ①)
28. 쿠마모토 - 쿠마모토성 (2023.03.19 / 13일차 - ②)
29. 쿠마모토 - 스이젠지 조주엔(水前寺成趣園) (2023.03.19 / 13일차 - ③)
30. 타카마츠, 코베 - JR 패스의 마지막 일정 (2023.03.20 / 14일차)
31. 도쿄 - 사신 쨩 드롭킥 무대 탐방 (2023.03.21 / 15일차 - ①)
32. 도쿄 - 봇치 더 락! 무대 탐방① (2023.03.21 / 15일차 - ②)
33. 요코하마 - 봇치 더 락! 무대 탐방② (2023.03.22 / 16일차 - ①)
34. 에노시마 - 봇치 더 락! 무대 탐방③ (2023.03.22 / 16일차 - ②)
35. 카마쿠라 - 청춘 돼지 시리즈 무대 탐방① (2023.03.22 / 16일차 - ③)
36. 후지사와 - 청춘 돼지 시리즈 무대 탐방② (2023.03.22 / 16일차 - ④)
37. 사가미하라 - 일본 최대의 자판기 레스토랑 (2023.03.22 / 16일차 - ⑤)
'◈ 여행 이야기 > [2023.03] 일본 전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3년 만의 일본 여행 - 드라이브 인 토리 이토시마점 (2023.03.17) (0) | 2023.04.26 |
---|---|
3년 만의 일본 여행 - 흑돼지와 시로쿠마 빙수 (2023.03.16) (0) | 2023.04.23 |
3년 만의 일본 여행 - 큐슈 신칸센과 히사츠 오렌지 철도 (2023.03.16) (0) | 2023.04.21 |
3년 만의 일본 여행 - 나라 사슴 공원과 만제 돈카츠 (2023.03.15) (2) | 2023.04.21 |
3년 만의 일본 여행 - 오사카로 출발 (2023.03.14) (0) | 2023.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