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탕을 쳤던 전날의 벳푸 일정과는 달리 나가사키 일정은 꽤 충실했다. 당일치기였음에도 글이 세 편으로 나뉠 정도니 이것저것 잘 돌아본 듯하다.
나가사키라 하면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중화요리다. 일본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도시인 만큼 과거에는 다른 나라들과의 교역이 활발했고, 그중에서도 중국에서는 많은 화교들이 넘어와서 중화요리도 일본 내에서 상당히 발달한 편이다. 특히 나가사키 짬뽕은 한국 사람들한테도 잘 알려진 나가사키를 대표하는 중화요리다.
인천의 차이나 타운처럼 이곳도 입구부터 중국 느낌이 물씬 풍기는 건축물이 세워져 있다.
기념품 상점(?)의 한켠에 작게 나 있는 점포였는데, 길 가다 사 먹기 좋은 가격들이라 소룡포(샤오롱빠오)와 니쿠망을 주문했다. 소룡포 쪽은 사진 찍는 것도 잊고 그냥 냅다 집어먹었는데, 육즙이 굉장히 뜨거우니 주의해야 한다.
그래도 차이나 타운에서 파는 거라면 흔히 접하는 편의점의 니쿠망(한국에서는 야채호빵과 거의 흡사함)과는 조금 다를까 싶었는데, 이쪽도 편의점에서 파는 니쿠망과 거의 흡사한 식감과 맛이었다. 이런 종류의 만두를 중국 본토에서는 빠오쯔(包子)라고 부른다.
이쪽은 가게 정보를 남기고 싶어도 가게 상호도 안 보이고 해서 위치만 남겨 둔다.
바로 맞은편에도 조그마한 가게가 하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걸 사 가길래 나 역시도 주문해서 먹어 봤다.
흔히 접하는 밀크 셰이크는 반 액체 형태라서 빨대로 마시는 형태라면 이쪽은 마치 빙수 같은 형태로 스푼으로 떠 먹게 되어 있다. 맛도 연유 때문인지 일반적인 밀크 셰이크보다는 좀 더 달고 서걱거리는 식감 덕분에 밀크 셰이크보다는 빙수를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수변 공원 근처에는 나가사키 여객 터미널이 있다. 어디 멀리 운행하는 건 아니고, 나가사키 서쪽의 고토 열도를 오가는 국내선만 운행한다.
차이나 타운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나가사키 수변 공원.
바로 근방에는 나가사키현 미술관도 있다.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가족 단위로 드문드문 찾아와서 느긋하게 보내고 있었다.
바로 바다가 코앞에 있는데도 생각보다 그렇게 막 바닷가 특유의 짠내가 느껴지진 않았다.
그렇게 대충 이 일대를 쭉 산책도 하고 앉아서 쉬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나가사키 수변 공원과 데지마 역시도 아주 가깝다.
데지마는 과거 네덜란드와 교역하던 시절 네덜란드인들이 거주하던 인공 섬이다. 정확히는 포르투갈인들이 먼저 이용했었는데, 에도 막부에 의해 가톨릭 신자와 포르투갈 상인들이 탄압당하면서 그들이 떠난 자리를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가 들어오면서 네덜란드인들이 거주하게 된 것이다.
이마저도 메이지 시대에 접어들면서 지속적인 개수 사업 등으로 매립하고 일반 거주지로 바뀌기까지 하면서 과거의 흔적이 아예 사라졌다. 지금의 모습은 매립된 곳을 다시 파 내서 물길을 만들고 그나마 예전 모습과 비슷하게 재현한 것으로, 일본이 세계 2차 대전에서 패전한 뒤 네덜란드의 요구로 인해 복원 사업을 진행한 결과다.
네덜란드 입장에서는 한때 본토는 프랑스에 점령당하고 식민지는 영국에게 점령당해서 그 당시 네덜란드 국기가 꽂힌 유일한 땅이었다고 하는 만큼 역사적인 의미가 깊었을 것이다.
아무튼 간에 이곳도 가 볼까 싶긴 했는데, 일정 중 노면 전차 안에서 한 무리의 일본인 관광객들이 '데지마가 생각보다 볼 게 없었다'는 얘기를 주고받던 게 얼핏 들렸고 마침 시간도 좀 간당간당한 듯해서 패스하게 됐다(...)
역시 나가사키도 2일 정도에 걸쳐서 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꽉 찬 하루를 보내고 다시 나가사키역으로.
원래는 따로 가려던 가게가 있었는데 브레이크 타임에 걸려 버려서 다른 곳을 찾았다. 다음 날 쿠마모토에서 아침 일찍 일정을 시작해야 했기에 좀 어정쩡한 시간에 방문하게 됐다.
나가사키의 중화요리라고 하면 사라우동과 나가사키 짬뽕이 대표적인데, 이번에는 나가사키 짬뽕만 맛보기로 했다. 우선 점심을 먹은 지 그다지 시간이 오래 지나지도 않았고, 차이나 타운에서 군것질을 한 것도 있고 해서 도저히 두 그릇이나 먹을 여유가 없었다.
한국에서의 나가사키 짬뽕은 뭔가 좀 돈코츠 라멘에 가깝거나 청양고추 등으로 칼칼한 포인트를 줬다면, 본토의 나가사키 짬뽕은 맛의 방향이 확연히 다르다. 강한 불에 볶아낸 해산물의 풍미가 감도는 돼지고기 육수 베이스에 단짠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 마일드한 맛이다. 매콤한 맛은 전혀 없다.
한국의 백짬뽕하고도 비교를 할 만한데, 백짬뽕도 취급하는 가게마다 맛이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대체로 고기 육수(돼지고기 또는 닭고기)에 짭짤한 맛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나가사키 짬뽕은 상대적으로 단맛이 두드러진다. 대다수의 한국인 입맛에는 한국의 짬뽕이 더 맞을 듯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맛의 짬뽕도 확실한 개성이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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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죠코(皇上皇)
맛 : ★★★★☆ (매우 좋음)
CP : ★★★★☆ (매우 좋음)
주소 : 長崎県長崎市尾上町1-1 アミュプラザ長崎 5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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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 : Cost Performance
일본인은 남들한테 민폐를 끼치는 것을 대단히 꺼려한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요새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인간들도 제법 보인다. 당장 이번 일정에서 돌아갈 때만 하더라도 대중교통에서 턱스크를 한 채로 시끄럽게 웃고 떠들던 이런 놈들도 있었고 말이다.
민폐라 하니 문득 틱톡이 떠올랐는데, 일본도 요새 이 틱톡 때문에 아주 골머리를 썩는 모양이다. 온갖 관종들의 집합체로 단순 관종 짓을 넘어서 음식점에서 테러 행위를 하고 이걸 당당히 올려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동영상을 찍어 올린 본인의 삶도 박살 나고.
코로나니 틱톡이니 마약이니 그놈의 짱개들이 문제다 그냥.
신칸센 카모메에서 내리고 나면 곧바로 특급 릴레이 카모메가 맞은편 승강장에 도착한다.
갈 때는 찍지 못했던 세미 컴파트먼트 좌석.
이 좌석은 자유석 취급이기 때문에 그냥 앉아도 된다.
그래도 일반 여행객 입장에서는 역시 지정석 좌석이 더 편하다.
큐슈 신칸센에서만 운행하는 신칸센 800계 전동차.
신토스역에서 환승하면 특급 릴레이 카모메보다 아주 조금 더 하카타역에 일찍 도착하기도 하고 800계 전동차도 타 봐야겠다 싶어서 선택하게 됐다.
역시나 2+2 배열로 널찍하다.
단, 다른 큐슈/산요 신칸센인 미즈호나 사쿠라와 마찬가지로 자유석은 2+3이다.
화장실 문의 개폐는 버튼식이다.
안에 들어갔으면 반드시 문을 잠가야 한다. 잠금 장치가 잠겨 있어야 개폐 버튼이 작동하지 않는다.
안쪽도 당연히 버튼을 통해 문을 여닫는다.
그렇게 하카타역에 도착해서 캐리어를 회수한 후, 다시 쿠마모토역으로 향했다. 쿠마모토로 향하는 열차 역시 신칸센 800계 전동차인 신칸센 츠바메호.
큐슈 신칸센 최하 등급이기 때문에 모든 신칸센 역에 정차한다.
어둑어둑해지고서야 도착한 쿠마모토역.
일단 점심과 저녁의 중간 쯤 되는 어중간한 시간에 짬뽕을 먹고 왔기 때문에 역 내의 쇼핑몰에 입점해 있는 슈퍼마켓에서 저녁 겸 야식거리를 사서 숙소로 향했다.
이번에 묵을 숙소가 있는 쿠마모토 신토신 플라자.
꽤 넓은 도로가 있는데 횡단보도가 멀찍이 떨어져 있어서 그냥 육교로 올라가는 게 낫다. 처음에는 무슨 엘리베이터도 없고 에스컬레이터도 없나 싶었는데 깜깜해서 잘 안 보였던 거고, 나중에 돌아갈 때 보니 멀쩡히 있었다.
입구가 딱 여기 한 군데라서 처음에는 좀 헤맸다.
다른 쪽으로 건물에 들어가니 아무것도 없고, 육교에서 바로 접근한 2층 로비에도 호텔 정보가 아무것도 없고(...)
천장이 뻥 뚫린 객실이 여럿 들어 있는 공간.
내 방은 1층 침대인데, 침대 윗부분이 저렇게 막혀 있는 이유는 바로 옆방이 2층을 쓰기 때문이다. 즉, 최대한 공간 활용을 해서 침대 공간을 두 방이 공유하는 형식이다. 하다못해 천장은 좀 막아 놓으면 소음은 덜할 텐데, 천장이 뚫려 있는 탓에 도미토리나 다름이 없다. 누가 떠들면 떠드는 소리가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고스란히 다 울려 퍼진다.
이러한 침대 구조는 침대 특급 선라이즈에서도 비슷하게 볼 수 있는데, B침대 솔로가 이런 식으로 침대 공간을 1층과 2층으로 나눠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구조를 쓰고 있다. 다만 그쪽은 천장이 확실하게 다 막혀 있고 방음 대책도 이런 곳보다 훨씬 잘 되어 있다.
마침 이런 공간의 단점을 강조라도 하듯이 바로 시끄러운 녀석이 근처 방에 들어왔다. 한국인이었는데 전화 통화를 어찌나 시끄럽게 하던지 누군가가 '쉿'이라며 주의를 하고서야 조용해졌다. 근데 더 웃긴 건, 그 녀석이 조용해지자 기다렸다는듯이 짱개 무리가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역시 그냥 돈 좀 더 주고 그냥 비즈니스 호텔을 가는 게 여러모로 낫다.
화장실 등의 시설은 그대로 깨끗하게 잘 관리되어 있었다.
드라이기는 이쪽이 비치되어 있다.
휴지 여분이 3개나 비치되어 있다. 휴지 다 떨어질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발수건은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에 한 장씩 들고 가서 샤워실 앞에 깔아놓으면 된다.
배스 타올이나 페이스 타올, 칫솔, 치약 등은 기본적으로 하나씩 객실에 비치돼 있다.
바디 워시, 샴푸, 린스가 비치돼 있다.
샤워실 입구에는 잠금 장치가 있으니 누가 들어올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숙소에 도착하면 플로어 맵을 한 장씩 준다.
야식으로는 고등어 초밥을 먹기로 했고, 내일 아침으로는 햄버그와 나폴리탄을 먹기로 했다. 각각 400엔도 안 하는 매우 저렴한 가격에 심지어 햄버그 나폴리탄은 반값 할인 스티커가 붙어서 200엔 수준이다. 한국 돈으로 2,000원 수준으로 이런 걸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슈퍼에서 발견한 무려 유지방 4.5%의 우유.
확실히 고소한 게 제법 맛있는 우유였다. 카스텔라랑 너무나도 잘 맞았다.
고등어 초밥을 먹고 나서 후식으로 카스텔라 한 조각을 먹기로 했다.
전국적으로 가장 유명한 카스텔라 제과점.
각각 개별 포장이 되어 있다.
이 한 조각에 1,600원. 확실히 비싸다.
맛은 막 엄청 특별하고 그렇지는 않고, 그냥 평소에 맛볼 수 있는 카스텔라에서 그렇게까지 크게 차이가 나진 않는다. 그냥 잘 만든 맛있는 카스텔라구나 하는 딱 그 정도 느낌. 일본 현지에서의 리뷰를 보더라도 쇼오켄이나 후쿠사야의 카스텔라가 좀 더 쫀득한 식감이 있고 맛있다는 평가가 많은 편이다.
다만, 나가사키에서만 맛볼 수 있는 카스텔라 바닥 부분의 자라메(설탕덩어리)는 확실히 재밌는 식감이다. 카스텔라 바닥에 작고 잘 바스러지는 별사탕이 들어간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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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메이도 총본점 (文明堂総本店)
맛 : ★★★★ (좋음)
CP : ★★★★ (좋음)
주소 : 長崎県長崎市江戸町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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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의 일본 여행 (2023.03.07 ~ 2023.03.24)
1. 삿포로/왓카나이 - 일본의 최북단으로 출발 (2023.03.07 / 1일차)
2. 왓카나이 - 북 방파제 돔과 소야곶 (2023.03.08 / 2일차 - ①)
3. 아사히카와 - 아사히카와 라멘 마을 (2023.03.08 / 2일차 - ②)
4. 삿포로/아사히카와 - 다시 달리기 위한 재충전 (2023.03.09 / 3일차)
5. 호쿠토/마츠모토 - 1,100km를 달리다 (2023.03.10 / 4일차 - ①)
6. 사이타마 - JR 동일본 철도 박물관 (2023.03.10 / 4일차 - ②)
7. 마츠모토 - 마츠모토성 (2023.03.11 / 5일차 - ①)
8. 시오지리 - 오랜 역사의 역참 나라이주쿠 (2023.03.11 / 5일차 - ②)
9. 나가노 - 젠코지(善光寺) (2023.03.11 / 5일차 - ③)
10. 카나자와 - 카나자와성 공원과 오미쵸 시장 (2023.03.12 / 6일차 - ①)
11. 카나자와 - 켄로쿠엔, 오야마 신사, 나가마치 (2023.03.12 / 6일차 - ②)
12. 요나고 - 침대 특급 선라이즈 이즈모 (2023.03.13 / 7일차 - ①)
13. 쿠라요시 - 우자키 쨩은 놀고 싶어! 무대 탐방① (2023.03.13 / 7일차 - ②)
14. 쿠라요시 - 원형 극장 피규어 뮤지엄 (2023.03.13 / 7일차 - ③)
15. 톳토리 - 톳토리 사구 (2023.03.14 / 8일차 - ①)
16. 톳토리 - 우자키 쨩은 놀고 싶어! 무대 탐방② (2023.03.14 / 8일차 - ②)
17. 오사카 - 오사카로 출발 (2023.03.14 / 8일차 - ③)
18. 나라/오사카/후쿠오카 - 나라 사슴 공원과 만제 돈카츠 (2023.03.15 / 9일차)
19. 아시키타 - 큐슈 신칸센과 히사츠 오렌지 철도 (2023.03.16 / 10일차 - ①)
20. 아시키타 - 방과 후 제방 일지 무대 탐방 (2023.03.16 / 10일차 - ②)
21. 카고시마 - 흑돼지와 시로쿠마 빙수 (2023.03.16 / 10일차 - ③)
22. 이토시마 - 드라이브 인 토리 이토시마점 (2023.03.17 / 11일차 - ①)
23. 벳푸 - 교자만 남은 벳푸 일정 (2023.03.17 / 11일차 - ②)
24. 나가사키 - 나가사키로 출발 (2023.03.18 / 12일차 - ①)
25. 나가사키 - 나가사키의 원폭 흔적과 소후쿠지 (2023.03.18 / 12일차 - ②)
26. 나가사키 - 나가사키 차이나 타운과 수변 공원 (2023.03.18 / 12일차 - ③)
27. 쿠마모토 - 산토리 쿠마모토 공장 견학 (2023.03.19 / 13일차 - ①)
28. 쿠마모토 - 쿠마모토성 (2023.03.19 / 13일차 - ②)
29. 쿠마모토 - 스이젠지 조주엔(水前寺成趣園) (2023.03.19 / 13일차 - ③)
30. 타카마츠, 코베 - JR 패스의 마지막 일정 (2023.03.20 / 14일차)
31. 도쿄 - 사신 쨩 드롭킥 무대 탐방 (2023.03.21 / 15일차 - ①)
32. 도쿄 - 봇치 더 락! 무대 탐방① (2023.03.21 / 15일차 - ②)
33. 요코하마 - 봇치 더 락! 무대 탐방② (2023.03.22 / 16일차 - ①)
34. 에노시마 - 봇치 더 락! 무대 탐방③ (2023.03.22 / 16일차 - ②)
35. 카마쿠라 - 청춘 돼지 시리즈 무대 탐방① (2023.03.22 / 16일차 - ③)
36. 후지사와 - 청춘 돼지 시리즈 무대 탐방② (2023.03.22 / 16일차 - ④)
37. 사가미하라 - 일본 최대의 자판기 레스토랑 (2023.03.22 / 16일차 -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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